글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font>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 단편소설 로 유명해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과거·현재·미래의 세 유령을 만나서 자기 삶을 반성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죠. 그의 작품 중에 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거기에는 씨씨라는 어린 여학생이 맥초우컴차일드라는 이름이 이상한 선생님에게 수업 중 질문을 받는 장면이 나와요. “자, 우리 학급이 한 나라라고 생각해보자. 이 나라에 5천만원이라는 돈이 있다면, 부자 나라냐 아니냐? 씨씨, 이 나라는 부자이고 너는 부자 나라에 사는 거 아니냐?”
그런데 씨씨는 선생님이 원하는 답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모르겠어요, 선생님. 나라 안의 어떤 사람이 돈을 가졌는지 모르잖아요. 5천만원 중에 제가 얼마를 가졌는지 알아야죠. 그걸 모른다면, 그 나라가 부자 나라인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소설 속에서 씨씨는 선생님에게 크게 혼이 나요. 선생은 씨씨가 ‘통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노발대발하거든요. 하지만 여러분, 씨씨의 대답이 과연 틀린 이야기일까요? 정말 ‘통계’를 이해하지 못해서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한 걸까요?
이 이야기는 150년 전에 나왔지만, 맥초우컴차일드 선생과 같은 생각은 요즘도 쉽게 볼 수 있어요. ‘1인당 국민총소득’이란 말 들어봤나요? 영어로는 ‘1인당 지엔피(GNP)’라고 해요. 좀 어렵지요? 중·고등학교에 가면 배울 내용이지만, 주위에서 워낙 많이 쓰는 말이라 동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쉽게 말하면, 한국 사람 전체가 1년 동안 번 돈을 말해요. 1인당 국민총소득은 그 돈을 인구수만큼 나눈 거고요.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이 미국 돈으로 2만7천달러쯤 된다고 해요.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라고 하는 미국은 5만7천달러, 일본은 3만8천달러 정도 하죠.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보다 1만달러 정도 뒤처진다고 생각해요. 한국도 빨리 일본처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달러가 돼야 한다고 말하죠. 그러면 한국이 지금보다 더 부자 나라가 되고, 사람들도 전보다 더 부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럴까요? 씨씨의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 사람이 모두 똑같은 액수의 돈을 번다고 가정해 계산한 수예요. 실제로는 재벌처럼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한 달에 100만원 벌기 힘든 사람도 있어요. 계산한 대로면, 한 사람이 매년 3천만원을 벌어야 해요. 식구가 4명인 집은 1년에 1억원 넘게 벌어야죠. 하지만 이런 집은 별로 없어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버는 아주 몇 명의 사람이 있고, 그보다 적게 버는 아주 많은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1인당 국민총소득 같은 통계는 이런 진실을 보여주지 못해요. 디킨스도 이런 생각을 했기에 소설 속 씨씨의 입을 빌려 의문을 던진 거겠죠. 우리도 씨씨처럼 통계에 의문을 던져야 해요. 그것에 속지 않도록 말이에요. 맥초우컴차일드 선생이 씨씨에게 강요했던 잘못된 생각이 1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지배하려 하니까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갓뚜기'와 일감 몰아주기 </font></font>지난 7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 회장들과 만났어.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한화, CJ, SK, LG, 한진, 현대중공업, 두산, 롯데, 포스코, 신세계, GS, KT 등 대기업 대표가 초청받았지. 그런데 이 자리에 특이한 기업이 하나 참석했어. 오뚜기야. 이 회사는 100대 기업에 들지도 않아. 순위로 치면 232위쯤이지. 그런데 왜 초청을 받았을까?
요즘 많은 사람이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불러. ‘갓’(God)이란 최고라는 뜻으로, 쉽게 말하면 모범 기업이라는 거야. 오뚜기는 어떻게 갓뚜기가 됐을까? 우선, 오뚜기의 회장이 부모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을 때 내야 할 상속세를 다 냈대. 상속세란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을 때 내는 세금인데,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도 많아.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1500억원이나 됐는데, 그걸 5년에 걸쳐 모두 냈어. 회장의 아버지도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돕기 사업을 10년 넘게 하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노숙자를 도왔다고 해. 거기다 오뚜기에는 직원 3099명이 일하는데, 비정규직이 36명밖에 없대. 직원 중 정규직 비율(약 99%)이 높은 기업 중 하나라는 거야. 협력업체와의 상생(같이 잘살기)도 잘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졌어.
이런 오뚜기가 요즘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비판받고 있어. 무슨 말이냐고? 원래 기업 세계가 공정해지려면 수많은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서로 배려하며 거래해야 해. 그런데 기업이 커지면 한 회사 아래로 수많은 연관 기업이 만들어지지. 아들 회사, 딸 회사, 손자 회사, 손녀 회사, 사촌 회사 등 마치 가족처럼. 이걸 재벌그룹이라고 해. 일감 몰아주기는 이런 상황에서 특정 기업을 빨리 키워주려고 그 회사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주는 거야. 설사 다른 기업보다 비싸고 품질이 떨어진다 해도 말이야. 다른 말로 ‘내부거래’라고 해. 오뚜기라면의 경우 내부거래 비율이 무려 99%래. 관련 없는 기업에서 돈을 버는 건 1%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야. 참기름과 후추를 만드는 오뚜기제유 역시 1년에 640억원어치 내부거래를 했대.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알디에스는 그룹의 물류와 시스템 통합(SI·System Integration) 거래를 100% 도맡고. 이런 거래 방식은 재벌기업 대부분이 해온 잘못된 관행이야.
한화그룹의 예를 보자. 한화S&C라는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46.5%에서 2016년 70.6%로 크게 높아졌어.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거래(어떤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공급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에서 다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 등 여러 기업과 협력해 생산하는 걸 말해) 상습 위반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 CJ올리브네트웍스, SK, 두산 같은 기업 등도 내부거래 액수나 비중이 너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았어. 물론 회사가 크려면 특별히 어떤 기업을 집중해서 지원할 때도 있어. 때에 따라선 기업 안의 기술이나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내부거래를 하기도 해. 하지만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그 액수나 비중을 일정한 정도로 유지해. 법으로도 그렇게 정해놓고 있어. 그래야 다른 기업도 함께 살아갈 공평한 기회가 생길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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