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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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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핵무기, 절대 안 돼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 장석준·강수돌 삼촌이 들려주는 사회와 경제 이야기
등록 2017-12-31 00:35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핵무기 만든 아인슈타인의 절규*사회 장석준_ 삼촌은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 말고 다른 건 다 잊어버립시다.”

지금부터 62년 전에 쓰인 한 문장이에요. 이 글을 쓴 사람은 유명한 학자 둘인데 한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에요. 상대성이론을 발표해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랍니다. 다른 한 명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에요. 이분은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어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써서 그랬나봐요. 평화운동에 앞장선 것으로도 유명해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전쟁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요.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두 사람이 1955년 함께 핵무기에 반대하는 글을 썼어요. 흔히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이라고 해요. 사실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이라는 최초의 핵무기를 만드는 일에 함께했어요. 그때는 세계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을 무찌르려면 이런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부터 생각이 바뀌었어요. 핵무기는 지구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예요.러셀도 같은 생각이었죠. 두 사람은 뜻을 모아 전세계의 핵무기를 하루빨리 모두 없애야 한다는 글을 써서 발표했어요.

두 사람은 말했어요. “핵무기 앞에서는 이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가운데 어떤 정치 이념을 지지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류의 한 사람이라는 점만 중요합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했을까요? 핵무기는 인간이 만든 어떤 무기와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전의 무기는 싸움터에서 직접 싸우는 군인의 목숨만 빼앗았어요. 이것도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핵무기는 넓은 지역의 모든 생명을 다 죽여요. 군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아요. 동무들 같은 어린이도 마찬가지예요. 더구나 원자폭탄, 수소폭탄 같은 핵무기는 폭발한 뒤에도 방사성물질을 남겨요. 그러면 생명이 더는 제대로 자라날 수 없어요. 영영 죽은 땅이 되어버리죠. 핵무기로 전쟁을 하면 세상은 끝장나버릴 수밖에 없어요. 지구는 죽음의 행성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두 사람은 절박한 마음으로 온 인류에게 핵무기를 다 없애야 한다고 외쳤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핵무기는 없어지지 않았어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없애려 하지 않으니까요. 요즘 한국을 둘러싸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미국, 중국뿐 아니라 북한까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어요. 한국 안에서도 몇몇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그러고 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동아시아가 지구에서 핵무기가 제일 많은 곳이 될지도 몰라요.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어떤 것도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될 순 없어요.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는 지구에서 핵무기가 제일 많은 곳이 아니라, 오히려 제일 먼저 핵무기를 없앤 곳이 되어야 해요. 러셀과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핵무기 앞에서는 나라도 이념도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 쉽게 상처 입고 죽을 수 있는 연약한 생명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해요. 러셀과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외쳤어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핵무기로 인류를 끝장낼 것인가, 아니면 인류를 위해 핵무기를 끝장낼 것인가?”

우리도 미국 정부, 북한 정부 그리고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자는 사람들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편에 선 사람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할 때예요.

일 적게 한다고 나라 망하지 않아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며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장시간 노동’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니? 말 그대로, 너무 오래 일하는 거야. 엄마·아빠가 오래 일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을 수도 있지만, 동무들과 같이 놀 시간, 오순도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질 거야. 지치고 피곤하면 몸과 마음의 활력을 잃어버리기도 쉽고 말이야. 이런 상태를 과로 또는‘번아웃’(소진)이라 하는데, 과로가 심해지면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해.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려고 일하는데, 일하다 다치거나 과로해서 죽는다면 일이 다 무슨 소용이야.

최근 뉴스에 나온 집배원의 과로사와 자살, 화물자동차와 고속버스의 대형 교통사고 등이 모두 장시간 노동, 과로와 관계가 있어. 한국은 한 해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 더 많아. 독일이나 네덜란드보다 무려 600시간이나 더 많이 일한다고 해. 오죽하면 대통령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겠어. 이 말에는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고쳐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어.

근로기준법의 어떤 부분을 고쳐야,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을까. 노동시간은, 노동자에게 함부로 일을 더 많이 시키지 못하게 하려고, 법으로 정해놨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이야. 흔히 잔업(정해진 노동시간이 끝난 뒤에 일하거나 주말에 일하는 거야)이라 하는 초과노동도 일주일에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어. 그러니까 법으로 초과노동을 포함해서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하지 않도록 정해놓은 거야. 하지만 일주일에 68시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한국에는 무척 많아. 그 사람들은 왜 법으로 정해진 것보다 더 오래 일하는 걸까? 아주 쉬운 질문을 하나 할게. 동무들은 일주일을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생각해? 당연히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라고 대답할 거야. 그런데 노동부는 다르게 셈을 해. 토요일, 일요일은 일주일 안에 들어가지 않는대. 그러니까 그때 더 일해도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일주일 노동시간을 어기는 게 아니라는 거야. 토·일요일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 일주일에 최대 68시간(52시간에 16시간을 더한 거야)까지 일을 시켜도 된다고 해석하는 거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주말도 당연히 일주일 안에 포함해야지! 그런데 몇몇 기업가와 보수 정치가들은 노동부의 해석대로 일주일에 68시간 일을 시켜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억지를 쓰고 있어. 그들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노동자에게 일을 많이 시켜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믿거든. 그러니까 이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해석을 하지 못하도록, 더 분명하게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한다는 거야.

사실 삼촌은 초과노동 없이 40시간만 일하거나, 그보다 더 줄이기를 바라. 그래야 여가도 늘고 건강도 좋아지지 않겠니? 유럽의 나라들은 이렇게 하고 있어. 일을 적게 하면,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잘 쉬어야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어.

집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사회가 더 활기차고 건강해지는 법,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더 넓은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해. 그러면 언론이나 정치인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겠지. 결국은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 스스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좋은 정치와 제도를 현실로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단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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