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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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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다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 장석준·강수돌 삼촌이 들려주는 사회와 경제 이야기
등록 2018-03-16 16:21 수정 2020-05-02 19: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어린이의 권리를 말해야 할 때■사회 장석준_ 삼촌은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요즘 개헌 이야기가 많아요. 개헌은 헌법을 고친다는 뜻이에요. 헌법은 모든 법률의 으뜸이 되는 법이에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여야 한다는 사람들의 약속을 담고 있지요. 지금 헌법은 1987년에 새로 만들었어요. 벌써 서른 살이 넘었네요.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죠. 더구나 최근에는 잘못을 거듭한 대통령을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 쫓아내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헌법을 다시 한번 고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무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너무 어려운 이야기야. 우리랑은 상관없어. 어른들이 알아서 하면 되겠지.”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헌법을 바꾸는 일은 어린이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새 헌법에 담을 내용으로 이야기되는 것 중에 아동권, 곧 어린이 권리가 있거든요. 바로 여러분 이야기지요. 사실 법에서 ‘아동’은 어린이만 뜻하지는 않아요. 만 18살이 되지 않은 모든 사람을 뜻하죠. 고등학생 언니 오빠까지 다 아우르는 말이에요. 이미 아동의 권리를 정해놓은 문서가 있어요.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이에요. 이번에 한국 헌법을 바꾸면서 아동권리협약에 담긴 내용을 헌법에 넣자는 목소리가 있어요.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까요?

첫째는 ‘생존할 권리’예요. 어린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죠. 둘째, ‘보호받을 권리’예요. 어린이가 행복한 삶을 살도록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셋째, ‘발달한 권리’예요. 어린이가 자기 능력을 최대한 키우며 성장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마지막으로 ‘참여할 권리’예요. 어린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죠. 어린이도 자기 삶과 관련된 모든 일을 결정하는 데 참여해야 해요. 참여할 권리란 바로 이 뜻이에요. 동무들 생각은 어때요? 이런 내용이 헌법에 담겨 어린이가 적절히 보호받고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롭게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좋을 거예요.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유엔 아동권리협약보다 더 오래됐죠.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말했거든요. 선생님은 1923년 어린이날에 ‘어린이 공약 3장’을 발표했어요. 어린이에게 세 가지를 반드시 약속하라는 말씀이었어요.

첫째, 어린이를 괴롭히는 낡은 관습을 없애고, 어린이를 인간답게 대우하라. 둘째, 만 14살이 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고된 노동을 시키지 말라. 셋째, 어린이들이 마음 편히 배우고 즐거이 놀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라. 앞에서 이야기한 생존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발달할 권리, 참여할 권리랑 그리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요?

삼촌은 이번에 헌법을 바꾸면, 어린이 권리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방정환 선생님이 꿈꾼 세상이 이뤄지고, 어린이가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아동권이 반드시 헌법에 담겨야겠죠? 그러니 개헌은 결코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랍니다.

맛있는 감을 왜 버릴까?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며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오늘은 감 이야기를 해볼까? 단감·땡감·반시·홍시…. 감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오늘 이야기할 건 대봉감이야. 주로 완전히 익기 전에 따놓고, 맛있게 익혀서 먹어. 달고 큼직해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여럿이 나눠 먹기도 해. 그런데 지난해 가을과 이번 겨울, 전남 영암군에서는 농부들이 대봉감을 차로 실어다가 상자째 버렸어. 버리기만 한 게 아니라 경운기로 짓이겨버리기도 했어. 어떤 농부는 땅을 파서 아예 묻어버리고. 영암군은 지난해 생산한 감 중 무려 810t을 폐기하기로 했대. 10kg 상자로 따지면, 8만 상자가 넘는 양이란다. 과수원에 감이 많이 달리면 풍년이잖아. 그럼 모두 꽹과리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얼싸안고 좋아해야 마땅하지 않아? 그런데 왜 버렸을까? 이유를 쉽게 말하면, 감을 시장에 내놓고 팔아서야. 옛날처럼 가족이나 친지·이웃·친구들끼리 서로 나눠 먹는다면, 풍년이 들수록 모든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을걸. 지금은 감 같은 농산물도 공장에서 만든 물건처럼 상품으로 취급해. 시장에 같은 상품이 많이 나오면 가격이 낮아지거든. 반대로 물건이 귀하면 가격은 올라가고. 이게 시장과 가격의 기본 법칙이야. 이를 두고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책 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여 자원 배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준다고 했어. 그런데 이번 감 농사의 경우는 이 말이 잘 들어맞지 않았던 거 같아. 처음엔 풍년으로 감 가격이 낮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사면 감이 귀해져 다시 가격이 올라가야 하잖아. 그런데 애초에 시장에 내다 팔 의욕조차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감이 쌌던 거야.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서 감을 따는 인건비나 운반비도 나오지 않으니, 어떡해?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가 더 커지는데! 그래서 농민들과 정부는 감을 많이 내다 버려야 적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이걸 어려운 말로 ‘시장격리조치’라고 해. 감을 시장에서 떼어놓는다는 뜻이야. 예전 같으면 이웃끼리 나눠 먹고 잔치를 벌였을 텐데, 시장격리조치랍시고 내다 버리고 땅에 파묻는 상황이라니, 이건 애덤 스미스가 기대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아니라 오히려 자원 낭비야. 물론 영암군에서 모든 감을 내다 버린 건 아냐. 감말랭이로 만들어 팔거나 감을 사 먹기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로 보낸다고 해. 삼촌은 농산물을 일반 공산품처럼 다루면 안 된다고 봐. 사람은 배고프면 음식을 먹어야 해. 공산품이 없으면 조금 불편해도 살 수 있지만, 농산물이 없으면 아예 살기가 어려워. 그래서 공산품은 시장가격에 맡겨도, 농산물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농민이 생산한 좋은 농산물은 나라가 다 사는 새로운 방식을 궁리해보면 어떨까? 물론 정부와 농민, 시민이 머리를 맞대 대화와 토론으로 정해야겠지.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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