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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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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죽이는 올림픽 이게 최선인가요?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올림픽…

올림픽을 열면 뭐가 좋고 나쁠까요
등록 2018-02-17 09:07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참여 김민서(11) 김아연(10) 이시은(10) 조민찬(11)
진행 고래가그랬어
사진 주용성 삼촌(바라 스튜디오)
고래토론에 참여한 김아연, 김민서, 조민찬. 이시은 어린이(왼쪽부터).

고래토론에 참여한 김아연, 김민서, 조민찬. 이시은 어린이(왼쪽부터).

평창겨울올림픽이 2018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열려요.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요. 경기가 열리는 동안 세계가 한국을 주목할 거예요. 그런데 화려한 올림픽의 모습만 보고 그 뒤에 가려진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서울 서대문구 ‘나무를 심는 학교’ 동무들과 올림픽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민찬 지난해에 했던 그 큰 경기 뭐였지? 월드컵이었나?

아연 월드컵이 아니라 겨울올림픽 아니야? 텔레비전에서 본 거 같아.

민서 올해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을 하는데? 브라질에서 올림픽 했잖아.

민찬 축구 했던 거 같은데….

민서 기분 탓이야. 올림픽이랑 월드컵은 4년마다 한 번씩 한다고 했어.

민찬 여하튼 여러 나라가 모여서 하는 큰 경기가 좋아. 재미있어. 텔레비전으로 보면 행복한 느낌이 들지 않아?

민서 맞아, 올림픽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거야.

민찬 재미를 느끼고, 경기를 보며 자기 꿈을 이뤄갈 수도 있어.

세계 최고가 되는 꿈을 위해!
이시은

이시은

시은 좋아하는 종목들이 있구나.

민서 내가 참가하고 싶어.

민찬 무슨 종목?

민서 달리기!

아연 이번에 하는 건 겨울올림픽인데? 달리기는 여름올림픽 종목이야. 내년에 참가해라.

민찬 여름올림픽이냐 겨울올림픽이냐에 따라 경기 종목이 달라. 여름 ‘하’자, 하계올림픽은 달리기·수영·양궁·배드민턴, 겨울 ‘동’자, 동계올림픽은 스키랑 스케이트 이렇게. 너는 그냥 아이스하키로 나가. 팍팍! 완전 어울려.

민서 싫어, 그래도 난 달리기로 나갈 거야.

아연 올림픽에 왜 나가고 싶어?

민찬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거잖아. 강력한 나라!

민서 자기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고. 뽐내는 거지. 올림픽에 나가려고 선수들이 엄청나게 연습하잖아. 우사인 볼트, 진짜 어마어마하게 훈련한대.

민찬 김연아 선수! 지금은 은퇴했지만, 11살 때부터 엄청나게 연습했대.

민서 손연재 선수는 많이 연습해서 발끝이 다 까질 정도였대.

시은 왜 그렇게까지 연습해?

아연 우리를 위해서지! 즐겁게 하려고.

민서 그리고 자기의 꿈을 위해! 세계 최고라는 꿈.

아연 그렇게 수십, 수백 나라가 모이면 돈이 아주 많이 들 것 같아. 경기장이랑 장비도 다 사야 하고.

민서 경기를 하려면 경기장이 필요하지. 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해.

아연 근데 그거 딱 올림픽 때만 쓰는 거 아니야?

민찬 어, 그럴걸.

시은 경기장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드나?

민서 엄청 많이 든대.

아연 근데 한 번 쓰고 마는 거야?

민서 아깝다.

민찬 빚도 진대.

민서 빚을 지면서 왜 올림픽을 하지?

아연 음, 그렇게까지는 안 했으면 좋겠다.

민서 아까는 우리 모두 올림픽을 하는 게 좋다고 했어. 그런데 이제 나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

민찬 그래도 할 가치가 있지 않아? 금메달을 따면 기분 좋잖아. 선수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우리는 희망 같은 걸 느끼고.

민서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할 정도로 올림픽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아연 그런데 왜 수백 년 동안 올림픽을 여는 거지?

나무 베어 스키장을 만든다고?
조민찬

조민찬

민찬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경기장을 만드는 거지?

민서 그렇지. 스키장을 만들려고 오래된 나무까지 베어버렸대.

아연 한 번 쓰고 말 건데, 나무를 다 베어버렸다고? 그냥 자연 상태로 경기하면 안 되는 거야? 나무 사이로 쓱쓱 달리면 되잖아. 그게 더 좋지 않아?

민찬 위험하잖아.

아연 막을 쳐놓으면 되잖아.

민서 그러면 경기가 아예 안 되잖아. 기록을 어떻게 재겠어?

시은 우리나라가 왜 겨울올림픽을 하게 된 거야?

아연 다른 나라도 하겠다고 했을걸.

민찬 우리 말고 다른 나라가 할 수도 있었겠네?

민서 안 한다고 하는 나라도 꽤 있었나봐. 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하고, 돈도 많이 들어서.

아연 우리는 하겠다고 막 우겼나?

민찬 경기장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면, 그 돈은 누가 가져?

아연 음, 경기장 짓는 건설회사? 공사하는 곳?

민찬 공사업체가 제일 많이 벌겠군.

민서 그래? 나 꿈이 갑자기 바뀔 듯. 공사업체를 해야겠어!

민찬 음, 나도 올림픽 반대할래.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어.

민서 아니 왜 자꾸 생각을 바꿔. 찬성하는 사람은 누구야? 없어? 다 나 따라 하는 거야?

시은 그래도 모든 사람이 우리나라를 지켜보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사람들이 그거 보고 놀러올 수도 있고.

민찬 올림픽 기간에는 다 올림픽 이야기만 하잖아. 중요한 소식도 많은데, 그런 건 아예 안 봐. 뉴스에도 안 나오고.

아연 올림픽을 보며 다른 거는 다 까먹는 거야.

민서 텔레비전 틀면 종일 한국이 금메달 몇 개 땄는지만 나오겠지. 나는 자꾸 올림픽이 별로인 거 같아.

민찬 우리나라에서 하면 우리나라 환경을 다 부셔버리는 거고, 다른 나라에서 하면 그 나라의 환경이 망가지잖아. 모두한테 너무 손해야. 겨울에 스키를 타려면 산이 필요하고, 그러면 나무를 다 자르고… 피해가 너무 커. 차라리 사막 모래 위에서 스키를 타자!

시은 모래 스키? 오오.

민찬 사막 모래에서 스키를 타면 자연을 훼손하지도 않고, 경기장 짓느라 돈을 많이 쓰지도 않을 거야.

아연 그건 겨울올림픽이 아니잖아. 음, 히말라야로 갈까?

민서 뭔 소리야. 하하하.

아연 문제는 경기장을 만들어서 한 번 쓰고 더 안 쓰는 거 아니야? 만든 경기장에서 계속 경기를 하면 되잖아. 올림픽을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하지 말고 그냥 한곳에서 하면 안 되나? 그러면 한 자연만 파괴되고, 경기장을 또 만들지 않아도 되고.

민찬 경기장이 오래되면 경기를 못해.

아연 아, 네네~. 아무튼 한 번 쓰고 버리면 아깝잖아.

민찬 우리나라에 스키 유적지가 많아지겠네. 관광객이 사진 찍을 곳이 많아지려나? 스키 관광. 나중에 로마 콜로세움처럼 스키 유적지가 될 수도 있어.

아연 나무도 없는 관광지가 무슨 멋이 있겠어? 안 그래?

메달을 따도 힘들고 안 따도 힘들고

시은 다들 생각이 왔다 갔다 해.

민서 달리기 같은 경우 평평한 땅을 그냥 달리면 되잖아. 자연을 파괴하거나 돈을 많이 들어서 경기장을 지어야 하지 않아. 경기장이 필요 없는 종목만 올림픽에서 하면 안 돼? 환경을 많이 파괴하는 경기장이 필요한 종목은 아예 안 하면 되잖아.

민찬 올림픽 끝나고 나서, 거기에 마트를 만들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건 어때?

시은 나도 올림픽 안 하는 게 좋겠어. 올림픽을 하려면 선수들이 많이 연습해야 하잖아. 엄청 힘들게.

아연 맞아. 다치는 선수들도 있고. 어릴 때부터 그것만 하니까, 너무 힘들 거 같아.

민찬 김연아 선수는 11살부터 스케이트 탔대.

아연 훈련하다가 다치기도 하잖아. 긁히고 피나고. 올림픽 한 번 하려고 계속….

민서 경기가 끝나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

아연 메달을 따도 힘들고 안 따도 힘들 거야.

시은 그래도 메달을 따면 기분 좋겠지.

아연 선수들 옷도 너무 짧고 얇잖아. 얼마나 추울까. 선수들이 움직일 때 불편할 거 같아.

민찬 위험하잖아. 엄청 빨리 달리는 썰매 같은 건.

아연 감기 걸릴지도 몰라. 선수들이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해? 사람들이 보고 즐거우라고?

민찬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엄청 옷 두껍게 입어. 보호대도 크고. 맞아도 끄떡없어.

민서 아니야. 앞니 부러진 외국인 선수도 봤어.

아연 옷이 너무 무거워서 달리기도 힘들 거 같아. 부상당하면 진짜 크게 다치고. 이런 걸 대체 왜 하는 거야? 안 하면, 안 힘들고 다치지도 않을 텐데.

시은 올림픽이 없어지면 스포츠 보는 즐거움이 사라질 텐데, 괜찮아?

민찬 괜찮아.

민서 없어지는 게 우리한테 더 이득이야.

민찬 근데 텔레비전에서 아예 스포츠가 사라지면, 뉴스에서 만날 어디서 누가 죽었다는 소식만 전할 테고 엄청 지루해질 거야.

민서 그게 뭐가 문제야?

아연 뉴스는 원래 무서운 소식이 많잖아.

민찬 스포츠 뉴스가 아예 없어지는 거라니까.

아연 상관없어. 나는 뉴스 안 봐.

시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

민서 음, 텔레비전 뉴스 말고 유튜브 보라고 해. 유튜브에도 볼 게 많아.

아연 텔레비전에 계속 나오니까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는 건지 몰라. 사실은 관심 없는데.

민찬 올림픽을 하면 나라에 이익이 생기는 거 아니야?

시은 그러니까 대통령이 나서서 하자고, 잘하자고 하는 거지.

민서 잘은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이익이 많다던데…. 그렇더라도 나는 반대할 거야. 세금이 많이 들잖아. 우리한테 대체 무슨 이익이 있어? 세금만 더 내는 거지.

민찬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아연 우리나라를 왜 올림픽으로 알려? 다른 거로 알리면 되지.

민서 환경이 그렇게 많이 파괴되는데, 안 하는 게 더 이득이야.

민찬 그런데 금메달을 많이 따면 한국이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아?

시은 나라가 받나? 선수들이 받지.

민찬 선수들이 받는 것도 결국 나라에 들어오는 돈이잖아. 선수들이 나라에 기부도 할 수 있겠지, 뭐.

민서 올림픽이 끝나면, 우리 응가 송을 부르자!

민찬 스포츠 경기 말고 다른 걸 보여주면 어때? 노래나 춤 같은.

시은 처음엔 모두 올림픽 개최에 찬성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 거 같아.

즐기는 게 아니라 경쟁만 하는 거야

민서 겨울올림픽 시작하면, 볼 거야?

시은 응, 볼 거야.

아연 봐야지.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민서 나도 볼 거야.

아연 볼 건데, 좀 고통스러울 거 같아. 경기장 때문에 잘린 나무도 생각나고. 올림픽을 위해 몇 년을 쉬지 않고 밤새워 연습하며 다치고 하는 선수들도 불쌍해 보이고, 그렇게 얇은 옷을 입고 얼마나 춥겠어.

민찬 아무리 잠도 안 자고 노력을 많이 했어도 경기할 때 스텝이 꼬여 넘어지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안 주잖아. 다쳐도 엄격하게 점수 매기고, 감점하고.

아연 심사위원들 너무해. 올림픽 경기는 시험 보는 게 아닌데, 심사위원들이 선수들의 정성을 안 알아주는 거 같아. 즐기는 게 아니라 경쟁만 하라 하고.

민찬 맞아. 감점 신경 쓰느라 즐기지를 못해.

민서 나는 올림픽에 반대하지만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으니까 보긴 볼 거야.

민찬 겨울올림픽이 다 끝나면 스키나 스케이트 같은 경기는 텔레비전에 전혀 안 나오잖아.

아연 4년을 또 기다려야겠지.

민찬 사람들은 올림픽처럼 큰 경기만 봐. 평소에 하는 작은 경기는 재미없어하고 아예 관심이 없어. 유명한 선수들이 안 나온다고 시시하대.

아연 평소 작은 경기를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아.

시은 올림픽 때는 모두, 그 종목의 엄청난 팬인 것처럼 변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절대 안 봐. 그래서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할 것 같아. ‘웃프다’고나 할까.

민서 기분 좋게 올림픽을 볼 수는 없을 거 같아. 끝나고 나서 해결할 문제가 많아.

민찬 숙제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아연 그러니까 이런 걸 왜 해가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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