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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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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면 스튜핏!

어린이들이 말하는 ‘유행’에 대한 생각…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보아요
등록 2018-01-14 12:58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참여 박서희(14) 박슬찬(11) 장동천(13)
진행 고래가그랬어
사진 주용성 삼촌(바라 스튜디오)

고래토론에 참여한 장동천, 박슬찬, 박서희 어린이(왼쪽부터).

고래토론에 참여한 장동천, 박슬찬, 박서희 어린이(왼쪽부터).

동무들 사이에서 요즘 제일 유행하는 게 무엇인가요? 옷차림, 머리 모양, 장난감, 연예인, 말투… 다 꼽자면 손가락 발가락을 다 써도 모자랄 거예요. 유행에 대한 생각은 다양해요. 누군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널리 퍼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단지 돈벌이에 이용될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거든요. 동무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경기도 부천시 지역아동센터 도깨비 동무들과 이야기 나눴어요.

슬찬 트와이스 가 요즘 대세지. 다현, 다현이!

동천 아니거든. 유행은 ‘급식체’지.

슬찬 급식체, 인정!

동천 보겸 TV,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댓글도 달아주세요.” 유튜브랑 아프리카 방송들.

서희 보겸 나도 알아.

동천 4학년들 사이에선 뭐가 유행이냐?

슬찬 트와이스라니까.

동천 곧 지나갈걸. 다른 가수의 노래가 또 나오니까.

서희 시간이 지나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유행이 있긴 하지. 먹을 거, 맛있는 거!

동천 크크크, 맞아. 맛있는 게 진리야.

최고 유행은 유튜버의 급식체야!
장동천

장동천

동천 요즘 최고 유행은 유튜버들이 하는 급식체야.

슬찬 그거 애들이 진짜 많이 써.

동천 우리 반에서는 항상 급식체와 욕을 합친 말들이 오가지.

슬찬 텔레비전 프로그램 <snl>에서도 많이 나오잖아.

동천 유튜브에서 완전 유행하니까. 방송에서 따라 할 정도로.

서희 야, 그 방송 15살 미만은 보면 안 되지 않아?

동천 그럼, 누나도 보면 안 돼.

서희 아 그런가? 크크크. 하지만 다 봄.

슬찬 트와이스 에도 나오고 텔레비전에 엄청 나오는데!

동천 야, 그만해. 크크크. 유행, 따라 하는 편이야?

서희 혼자만 하는 거는 유행 아니야. 너 트와이스 춤 안 따라 하잖아. 급식체는 따라 하지만.

슬찬 노래 나오면 따라 하는데? 춤도 추는데?

서희 나는 유행을 별로 따르지 않는 편이야. 인기 있는 연예인 따라 하지도 않아. 좋아하지도 않고. 연예인이 나한테 해주는 것도 없는데, 왜 따라 하냐?

슬찬 주는 거 있는데? 개그맨이면 웃음을 주고 가수는 노래를 들려주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서희 음반 사는 거로 끝이 아니니까 그렇지. 가수인데 그 사람 노래랑 상관없는 포토카드 팔고, 인형 팔고, 퍼즐 팔고…. 팬들 계속 돈 쓰게.

동천 그게 다 기획사로 들어가는 거야.

슬찬 아이돌을 보면 기쁘잖아.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다들 상냥하니까.

동천 너한테 상냥하게 구는 거 같냐? 크크크.

슬찬 상관없어. 보고 있으면 나한테 그렇게 하는 거 같고, 좋아.

동천 기분이 좋긴 하지.

서희 돈이 많이 들잖아. 내 돈을 왜 그 사람들이 다 가지고 가냐고!

동천 유행을 다 따라 하려면, 진짜로 돈이 엄청 많이 들 것 같아.

슬찬 안 비싼 게 유행하면 될 텐데.

동천 옛날에 유행하던 게 다시 유행하기도 해.

서희 맞아. 나팔바지도 다시 유행하고.

슬찬 머리 모양도 그래. 투블록커트!

서희 할머니들 사이에 유행하는 머리 모양도 있어. 뽀글뽀글 파마머리.

슬찬 드라마 도 엄청 유행했어.

서희 에 나왔다고 하는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 그거도 다시 엄청 유행했고.

동천 《SNL》에 나오는 그 사람이 잘하잖아. 그, 누구더라?

서희 권혁수!

슬찬 오~ 누나, 되게 잘 안다!

동천 그리고 !

슬찬 몇 년 전 야.

동천 나는 지금도 좋아해. 그거 알아? 뽀로로 안경발이야. 벗으면 진짜 못생겼어.

슬찬 나도 알아. 지금까지 좋아하는 거면 거의 ‘덕질’ 아니야?

동천 덕질이라니, 크크크.

서희 유행이 그렇게 오래가면 이미 유행이 아니지 않아? 굳어진 거잖아.

슬찬 긴 유행도 있어. 전에 엄마가 인터넷에서 한 편에 500원씩 내고 드라마 99편을 내려받아서 다 봤어. 진짜 긴 시간 동안 엄마한테 유행이었어. , 무려 100편이 넘었어.

서희 아, 그 드라마 알아.

동천 짧게 유행하는 것도 엄청 많아.

슬찬 안경 스타일 같은 건 정말 금방 지나가는 거 같아. 나는 눈이 좋아서 안경 쓸 일은 없지만.

동천 좋겠다. 나는 원시에 난시까지 있는데.

서희 한때 다 입고 다니던 패딩점퍼 있었잖아, 뭐였더라?

동천 와이파이 모양 로고.

서희 맞아.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 패딩! 패딩점퍼 아래로 내려 입고 키 작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유행이야.

슬찬 유행어도 있잖아. ‘국민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

서희 아, 문재인. 크크크.

동천 유행어 하면 당근 급식체지!

슬찬 누나는 유행을 잘 따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따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유행하는 거겠지?

서희 그렇지. 사람들은 왜 유행을 따라 할까?

유행에 뒤처지면 쪽팔리고 창피해

박슬찬

박슬찬

동천 일단 유행에 뒤처지면 창피해.

슬찬 쪽팔리고.

서희 왕따 되는 느낌이 싫어서 그러는가?

슬찬 심심해서 그럴 수도 있어. 아니면 그냥?

동천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게 보이고 월등해지고 싶어서.

슬찬 남보다 우아하게! “우-아, 우-아하게 만들어줘!”

동천 노래를 하네, 노래를 해.

슬찬 근데 이유가 반대네. 무리 속에 들어가기 위해 유행을 따르거나, 다른 사람보다 튀어 보이려 유행을 따른다고?

동천 사람마다 이유가 다른 거지. 어떤 사람은 우월해지려고, 또 어떤 사람은 왕따를 안 당하려는 거지.

서희 맞아. 사람마다 어울림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까.

슬찬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범인은 바로 납니다. “나야 나~.”

동천 유튜버들. 급식체도 만들고.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애들이 막 따라 하잖아.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따라 하고.

슬찬 나라니까, 내가 만들 수 있어. 새로운 머리 모양을 유행시키고 싶다면, 지금 유행하는 거랑 완전히 다른 머리 모양을 직접 하고 다니면 돼.

동천 네가 그 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해도, 따라 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행이 안 되거든. 나는 보겸 같은 유튜버들이 유행을 만든다고 생각해. 방송 보는 사람들 엄청 많아. 100만 명이 넘는다고. 우리 반 애들은 다 보겸 말투 따라 해.

슬찬 당연히 범인은 여기에 있어!

서희 유행을 계획하는 사람과 그것을 실제 행동하는 사람은 다르나봐. 재미있으라고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 분명 있어.

동천 내가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만들 거 같아.

서희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인기도 생길 테고.

동천 ‘관종’(관심받고 싶은 사람)?

슬찬 그게 아니라 인기를 얻는 거지. 돈도 벌 수 있어.

서희 결국 돈인가!

동천 관종이나 인기나, 같은 거지. 관종도 돈이 될 때가 있어. 관심을 끌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슬찬 맞아. 굶고 있는 애들 모습 보여주고 관심 가져달라고 하잖아. 배고픈 척, 굶주린 척 연기하라 시키고.

동천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

서희 사람들이 그걸 따라 하려면 마음이 움직여야 하잖아.

동천 아니면 설득을 당하거나.

서희 감동을 받아야 따라 하잖아. 근데 억지로 감동시키려는 게 티나면 더 싫어져. 정이 뚝 떨어져.

동천 아니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우리끼리만 쓰는 말이나 입는 옷, 이런 게 있으면 왠지 더 친한 거 같잖아.

서희 많은 사람이 봐야 유행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다면 방송국 사람들이 유행을 만든다고 해야 하나?

동천 글쎄,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다 유행하지는 않는 거 같은데.

슬찬 나, 나라니까! 내가 만든다고.

서희 그래, 유행은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너도 언젠가 유행을 만들 수 있어!

동천 뭐야, 그게. 크크크. 슬찬이가 아무리 이상한 걸 해도, 따라 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행이라고 할 수 없어.

슬찬 머리카락 반은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반은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그 위에 만두를 올려도?

동천 차라리 브리지를 해, 크크크.

서희 슬찬아, 그걸 어떻게 사람들이 따라 하게 만들 건데?

슬찬 “야, 너 이거 해! 너도 이거 해!” 이렇게 막 시킬 거야.

서희 그러다 한 대 때리겠다.

동천 유행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협박하는 거잖아, 크크크.

슬찬 그런가, 하하하.

서희 일반인이 유행을 만들려면 사람들한테 일단 많이 알려야 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가입시켜야겠어.

동천 방송을 해, 유튜버나 아프리카 비제이처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좋겠다.

서희 사람들이 과연 따라 할까?

동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매력적이어야지.

슬찬 보면 막 웃기거나, 엄청 멋지거나 신기하거나. 한번 보면 계속 보고 싶어야지.

서희 5 대 5 가르마는 정말 안 되겠지?

슬찬 누나, 포기해.

서희 아, 방송에 나가면 금방 퍼질 텐데…. 문제는 거기 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동천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지.

나라니까! 유행은 내가 만든다고

박서희

박서희

서희 유행은 연예인이 만드는 게 제일 쉽겠다. 연예인은 방송에 나갈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볼 테고, 보면 따라 하게 되니까.

동천 옛날에 유행하던 장난감을 아직도 가지고 노는 애들이 있어. 완전 한물간 장난감인데.

슬찬 아오~ 쪽팔려.

서희 복고, 옛날 게 다시 돌아오는 복고!

슬찬 이미 지나간 옛날 건데 왜 다시 유행해?

서희 옛날 걸 기억하려고? 추억이니까.

슬찬 그걸 경험한 사람들한테 유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어린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서희 어, 맞네. 엄마 어릴 때 유행하던 게, 자식에게 다시 유행해.

동천 왜냐하면 아이템이 없어서야. 새로운 게 없으니까, 유행이 돌고 도는 거지.

서희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다는 거야?

동천 비슷하다는 거지. 더우면 얇게 입고, 추우면 두껍게 입고. 재료도 비슷비슷.

슬찬 대 이을 자손이 엄마·아빠가 했던 게 재미있어 보이니까 따라 하는 거야.

동천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왔네.

슬찬 예의 바른 자손들! 휴대전화 게임도 미래에 가면 전래놀이처럼 여겨질 수 있어. 다시 유행할 수 있어. 어른들은 우리한테 공부할 시간 없다고, 딴짓하면 안 된다고, 유행 같은 거 따라 하지 말라고 하지.

서희 하아~ 공부, 다 필요 없는데.

슬찬 이건 어때? 공부를 유행으로 만드는 거야! 공부가 유행이 되면 그런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

동천 됐고. 나, 오늘 시험 망쳤어.

서희 나 1학년 때인가, 받아쓰기 빵점 맞은 적 있어.

슬찬 괜찮아.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알고 어떤 사람은 숫자를 잘 알고, 사람마다 다 달라.

동천 이건 어때? 시험 못 보는 걸 유행으로 만들자!

서희 유행 따라 하면 어른들이 “너 왜 그러고 사냐?” 막 이래.

동천 심하면 “넌 왜 사냐?” 이러기도 해.

슬찬 쯧쯧쯧.

서희 어른들도 옛날에 다 따라 했으면서!

동천 나한테 그러는 어른이 있다면, ‘애드립’과 ‘패드립’을 섞어서 아주 재밌는 말을 들려주겠어.

서희 유행을 따라 하면서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재미있잖아.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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