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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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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어린이들이 말한다, 소문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책임에 대해
등록 2017-12-01 04:08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참여 김미주(11) 김용빈(11) 김윤희(12) 나예림(12) 윤고은(12) 이유겸(12)
진행 고래가그랬어
사진 안기혁 삼촌(바라 스튜디오)
고래토론에 참여한 나예림, 김윤희, 김미주, 윤고은, 이유겸, 김용빈 어린이.(왼쪽부터)

고래토론에 참여한 나예림, 김윤희, 김미주, 윤고은, 이유겸, 김용빈 어린이.(왼쪽부터)

재미로 한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 마치 사실처럼 여겨질 때가 종종 있어요. 특히 헛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고 사실로 탈바꿈하면, 그것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 생기기도 해요. 이번 고래토론은 경기도 파주시 초록빛꿈터 지역아동센터 동무들과 함께 소문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고은 학교에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 그걸 한 친구에게 말했는데 걔가 다른 애들한테 “윤고은이 ××× 좋아한대!”라고 소문을 내버린 거야. 진짜 학교 가기 싫었어. 애들이 그 말을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애도 옆에 있었다고, 으~.

모두 헐.

윤희 근데 좋아한 건 맞잖아. 거짓말은 아니지.

고은 응.

예림 헛소문은 아니네.

고은 그렇지만 내가 누굴 좋아한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아는 건 싫었어.

유겸 사실을 퍼트리기도 하고 가짜를 지어내서 퍼트리기도 하고. 소문은 종류가 다양해.

나도 소문 퍼트린 적 있어!

용빈 어떤 소문이 돌면, 너희는 우선 믿어? 연예인 열애설, 이런 거 말이야.

예림 난 연예 소식 아예 안 봐.

윤희 내가 알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 이야기면 믿어. 만약 ‘고은이가 누구 좋아한대’라는 소문이 나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용빈 완전 어이없는 소문이 돌 수도 있잖아. ‘유겸이 형이 외계인이래!’같이.

윤희 그거 진짜일지도 몰라.

모두 하하하.

윤희 그런 식으로 허무맹랑한 건 안 믿지.

유겸 유튜브 같은 데서 ‘10월에 혜성이 충돌한다’ ‘몇 달 안에 전쟁이 난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일단 의심할 수밖에 없어. 말은 만날 하는데 실제 벌어지지 않았잖아. 그래서 비슷한 소식을 들으면 그냥 듣기만 하고 퍼트리지는 않아. 특히 유튜브에 이런 정보가 많아서 이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

고은 전쟁 난다는 말은 하도 들어서, 이젠 아무 생각이 없어.

유겸 예상을 하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내지르니까.

유겸 다른 사람들이 듣고 믿을 만한 걸 소문으로 내야 퍼지지 않나? 소문내본 적 있어?

모두 음….

고은 내가 좋아하는 애 말해줬더니 소문내버린 애, 걔도 어떤 애한테 고백받았거든. 내가 그거 퍼트렸어. 복수지, 복수!

예림 나만 아는 건, 소문이 아니잖아.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 알아야지.

미주 맞아, 이야기가 퍼져나가야지.

용빈 내가 소문을 퍼트린 적은 없어.

유겸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얘기를 퍼트리는 거 같아. 순전히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 애들이랑 많이 만나다보니 말을 하게 되고 그러면 그게 전해지고 또 전해지고, 그렇게 소문이 막 커질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들어주면 신이 나잖아.

고은 비밀은 왠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처럼.

미주 엿 먹이는 거지. 엿 먹이고 싶어서야.

용빈 싫은 애 골려주려고?

고은 응, 복수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도 있어.

유겸 보통 소문은 유명한 사람 것이 많잖아. 그런 소식이 신문에 나면 많은 사람이 보게 되고. 그걸 노리고 신문에 연예인 소문을 싣는 거 같아.

미주 간단해. 돈 벌려고 그러는 거야.

용빈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지. 많은 사람이 꼭 알아야 하는 거라서 소문낼 수도 있어.

미주 나쁜 사람은 돈 벌려고,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소문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막 올리기도 해.

윤희 유튜브 비제이 중에 확인도 안 된 소문을 사실처럼 방송에서 말하는 사람도 있어.

미주 기자들.

유겸 기자들은 소문을 듣고 기사를 쓰니까.

고은 신제품 나오기 전에, 그거에 대한 소문이 막 돌잖아.

윤희 아이폰!

미주 그런 소문 대부분 헛소문이야. 돈 벌려고 낸 소문, 이기려고 낸 소문.

소문낸 사람, 퍼트린 사람, 기자
김미주

김미주

유겸 그런 소문을 신문에 실어주는 게 문제야.

용빈 소문을 퍼트린 사람에게 더 책임이 있어. 소문의 주인공은 잘못 없다고 생각해.

고은 처음 소문낸 사람, 그걸 퍼트린 사람, 둘 다 잘못이 있는 것 같아.

용빈 아니지,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더 잘못이지.

미주 소문을 낸 사람이랑 퍼트린 사람이랑 무슨 차이야?

윤희 소문의 주인공이 있고, 처음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한 사람이 소문을 낸 사람이고,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전한 사람이 퍼트린 사람이지.

예림 만약 소문이 돌아서 문제가 생겼다면 누구 책임이 더 크냐는 거지?

용빈 퍼트린 사람.

미주 나는 처음 소문낸 사람.

유겸 소문낸 사람, 퍼트린 사람, 둘 다 잘못한 거 같아.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만 알고 넘어가도 되잖아. 그런데 그걸 어딘가에 말해서,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더해 말해서 소문내버리면 안 되지. 또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소식을 다른 사람한테 마구잡이로 퍼트린 사람도 나빠. 이런 게 점점 퍼지면 큰일이 되잖아. 소문을 들었어도 퍼트리지만 않으면 그렇게 큰일이 아닐 텐데.

고은 소문의 주인공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만약 그 사람이 어이없거나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걸 소문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을걸. 자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지는 게 싫으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먼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소문내지 말고 너만 알고 있어라, 이런 식으로.

용빈 그걸 안 지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야?

고은 그건 또 다른 문제고. 여하튼,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자기 이야기를 퍼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거 아니겠어? 일부러 알리고 싶어서 말한 거라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

윤희 나는 소문낸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해. 비밀은 말하면 안 되잖아. 자기만 알고 있으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전한 건 잘못이야. 헛소문이 기사가 되고 그게 사실로 여겨지니까 문제라고!

유겸 만약에 말이야, 실제로는 아주 잘 만나고 있는 연예인 커플의 결별설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 밑에, 둘이 길거리에서 싸우는 거 봤고 헤어진 게 확실하다는 댓글이 달렸어. 물론 이 댓글 내용은 사실이 아니야. 그런데 사람들이 그 내용을 진짜로 여겨서 여기저기 퍼날라, 많은 사람이 연예인 커플이 헤어졌다고 믿게 되었어. 그렇다면 누가 제일 잘못한 거야?

미주 애초에 그 기사를 올린 기자가 제일 잘못한 거지. 확실하지 않은데, 왜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올려.

윤희 나도. 그리고 거짓 댓글을 처음 단 사람도 나쁘다고 생각해.

용빈 그 댓글을 퍼나른 사람의 책임이 더 크지 않나?

고은 낚시성 기사를 올린 게 제일 큰 잘못이지.

유겸 기사를 사실로 믿어버리고 퍼트린 사람은 책임이 없다는 거야?

윤희 그냥 카톡에 쓴 글도 아니고, 신문 기사라고 하면 일단 믿게 되지 않나?

미주 그래서 가짜 기사 쓴 기자가 제일 잘못이야. 왜 사실을 확인 안 해?

용빈 의심스러운 건 믿지 말고 퍼트리지도 말아야 해. 그게 기사든 댓글이든 뭐든.

난 하늘이 파랗다는 말도 의심해
김용빈

김용빈

윤희 모든 기사를 안 믿을 수는 없어. 하지만 뻥이라는 느낌이 나는 건, 의심하고 퍼트리지 말아야 해. 기사라고 다 사실은 아니야.

유겸 퍼트린 사람은 기사와 처음 댓글 단 사람한테 낚였다는 거야?

고은 몰랐으니까 그 사람도 피해자라는 건데…. 그런데 거짓말인 거 알면서 퍼트리는 사람도 있어.

미주 재미로.

유겸 여하튼 거짓말한 것도 명예훼손이고 퍼트린 사람도 명예훼손이야. 다 처벌받을 수 있어.

‘240번 버스’ 논란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울시 버스 운전기사가 아이만 내리고 어머니가 내리지 않았는데 급하게 차를 출발했고, 세워달라고 부탁하는 어머니에게 욕설하는 걸 봤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수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기사화했어요. 기사를 본 사람들은 운전기사를 욕했지요. 하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한 결과, 사실은 달랐어요. 운전기사는 정해진 대로 버스를 세우고 출발했고, 아이가 버스에서 내린 걸 늦게 알아차린 어머니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거였어요.

유겸 맨 처음에 커뮤니티에 사실이 아닌 글을 올린 사람이 제일 잘못했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말한 게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잖아. 운전기사가 욕한 것도 아니었고, 안전 때문에 바로 세워줄 수도 없었던 거잖아. 그 사람이 과장해서 사건을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소문이 퍼지게 된 거야.

고은 근데 그 사람은 돈을 벌려고 글 쓴 것도 아니고, 진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올린 거잖아. 그리고 그 글을 그 커뮤니티 사람들만 보고 말았다면 일이 이렇게 커졌을 리 없지. 신문에 나오고, 비슷한 기사가 계속 나오니까 사람들도 다 알게 된 거고, 버스 운전기사도 깜짝 놀라 해명하고. 그래서 사실이 밝혀진 거 아니야?

미주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만 보고 기자가 기사를 쓴 거야? 운전기사한테 무슨 일인지 확인도 안 해보고?

예림 그렇게 된 거지.

용빈 그 기사를 보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네티즌이 운전기사를 마구 욕한 거고.

유겸 욕한 네티즌도 이해가 안 돼. 딱 봐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인데 그걸 왜 다 믿어? 상황을 보면 의심이 가지 않아? 그 사람들은 재미로 댓글을 달았겠지만 그걸 본 운전기사는 큰 상처를 받았을 거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라고.

윤희 네티즌들이 사실을 어떻게 확인해? 너희는 게시판에 글 올라오면 다 의심해?

유겸 나는 의심해. 하늘이 파랗다는 것도 의심해야 해. 날씨가 흐리면 하늘은 가끔 하얗기도 하고 검은색이 되기도 해. 의심해야지.

윤희 그걸 모든 사람이 해야 하냐고.

고은 그러면 기자가 왜 있냐? 그런 걸 의심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게 기자가 할 일이지.

미주 확인하지 않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만 보고 기사를 쓴 기자가 제일 잘못했어.

타인이 잘되는 걸 좋아하지 않나봐

유겸 사람들도 좀 웃긴 게, 좋은 말은 잘 기억 못하는데 나쁘거나 안 좋은 건 잘 기억해. 안 좋은 일을 해야 애들 반응이 더 좋으니까 더 많이 하고, 결국 심하게 과장까지 하는 거 같아. 그래서 소문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은가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잘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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