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송우혁(11) 송준혁(12) 안수민(11) 안수빈(12) 천세민(12)
진행
사진 양철모 삼촌(바라 스튜디오)
세민 난 분홍색 싫어해. 분홍색보다 파란색·남색·검은색이 좋아.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니! 진짜 이상해.
수빈 수많은 고정관념 중 하나지.
준혁 그냥 자기 생각 아니야?
준혁 어쨌든 여자는 가늘고 하늘하늘하고 남자는 과격하고 과감한 이미지가 있어서,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거 같아.
준혁 더 어울려서 쓰는 걸 수도 있어.
세민 새 학기 되면 반 친구들 명단 나오잖아. 꼭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으로 적혀 있어. 왜 그래? 진짜 별로야.
남녀 구분, 차별과 기준 사이준혁 그게 차별로 느껴져?
세민 어, 나는 파란색이 좋다고. 요즘은 분홍색 좋아하는 남자도 엄청 많아. 워너원의 박지훈은 핑크를 애지중지해.
준혁 색으로 남녀를 구분한다고 차별은 아니잖아.
우혁 그냥 기준으로 사용하는 거지.
수빈 그건 기준이 아니야, 고정관념이지. 이런 생각, 언제부터 했을까? 옛날부터 그랬을 거야.
세민 여자·남자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자라면서 생긴 거 같아, 그렇게 배워서. 옛날엔 여자는 학교에 못 가고 집에서 허드렛일하고, 남자는 학교나 군대에 가고 회사에 다녔잖아. 내 생각엔 그때부터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나눠진 거 같아.
우혁 완전 그렇다는 건 아니고.
수빈 진짜 옛날부터 구분한 거 같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서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지. 민속놀이도 남녀가 나뉘어 있잖아. 여자는 공기나 고무줄놀이를 하고, 남자는 축구·제기차기·자치기를 하고. 난 골고루 해보고 싶은데…. 처음 이걸 알았을 때 완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준혁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졌겠지. 옛날 선사시대 때는….
수민 선사시대? 우리 이만 살쯤 됐어?
우혁 아! 남자가 사냥을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수빈 옛날엔 환경이 거칠었을 테니까 여자도 생존 기술은 알고 있었겠지. 살아야 하니까.
준혁 사회가 발전하다 중간에 성차별이 생긴 거 같아. 처음엔 다 같이 협동하면서 지내다 점점 차별이 생긴 거야.
수민 음, 옛날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나?
우혁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자. 내가 미래에 언젠가 만들게.
모두 크크크.
수빈 맞다. 수민이 너 그런 적 있잖아.
세민 얘기해주세요. 안수민씨, 무슨 일 있었습니까?
수민 예전에 내가 축구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못하게 했어.
준혁 우리 학교는 여자애들도 축구 많이 하던데.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 할 때 3분의 1이 여자야.
세민 3분의 1이 절반은 아닌데~.
우혁 나가서 노는 건 남자애가 더 많지.
세민 남자는 출석번호가 1번부터인데, 여자는 50번부터야. 이거 진짜 별로야. 여자도 같은 사람인데, 왜 꼭 뒤에 나와야 해?
수민 맞아. 사실 1번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남자만 맨날 앞이고 여자는 뒤에 있잖아.
수빈 요즘은 안 그런 선생님들도 있어. 여자 먼저 보내주는 선생님도 있고.
준혁 숫자를 달리하는 건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기 위해서 아니야?
수빈 아, 그러니까 왜 구별하냐고.
준혁 차별 같은 구별이 아니라, 섞이지 않게 하려고.
걸그룹은 왜 치마 입어야 해?수빈 그럼 여자, 남자라고 하면 되잖아. 왜 항상 남자가 먼저야? 여자가 먼저면 안 돼?
준혁 여자가 먼저인 것도 많아.
수빈 번호순으로 보면 1이 먼저잖아. 왜 남자를 먼저 세우냐고.
세민 자, 이게 바로 여자와 남자의 입장 차이입니다! 여자는 예쁘고 얌전하고, 남자는 씩씩하고 용감하고?
수민 아까 인터넷을 보다 진짜 어이없는 거 봤어. 화면을 카카오톡 대화창처럼 만들었는데, 여자 사진에만 분홍색으로 볼이 칠해져 있었어.
준혁 여자 사진에만? 요즘 누가 그래?
세민 진짜야, 나도 봤어. 이거 봐, 여자 대사는 글씨체도 달라.
수빈 헐, 남자는 딱딱한데 여자는 귀엽고 예쁜 느낌?
세민 여자라고 글씨체가 다 이런 건 아닌데.
우혁 이건 성차별이라기보다 두 사람을 분류하려고 다르게 한 거 아니야?
세민 꼭 이런 식으로 구분해야 해? 어차피 사진 나와서 다른 사람인 거 아는데.
우혁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한 거 아니야?
수민 볼 터치를 원한다고? 절대 아닐걸.
수빈 확실히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거 같아.
세민 음악방송에서도 걸그룹은 치마 입고 발랄한 춤을 추는데, 보이그룹은 정장 입고 박력 있고 멋있는 춤을 춰.
준혁 멋있게 춤을 못 춰서 그럴 수도 있어.
수빈 걸그룹은 꼭 치마 입어야 해? 바지 입어도 되는데.
준혁 바지 입는 경우도 많아. 자기가 입고 싶은 걸 입겠지.
수빈 아니거든. 스타일리스트가 해주거든.
세민 그렇긴 해. 가사도 걸그룹은 연애·고백·설렘 위주라면, 보이그룹은 질투·분노 위주란 말이야. 분위기도 여자는 핑크핑크한데, 남자는 다크다크하고.
수민 멜로디도 걸그룹은 발랄한데, 보이그룹 막 싸울 거 같아. 드세고 독하다고.
여자는 존댓말 남자는 반말, 이상한 드라마!세민 난 아침 드라마 완전 팬인데, 맨날 여자가 남자한테 존댓말 써. 아내는 “여보, 식사하셨어요?” 묻고, 남편은 “어, 먹었어. 당신 먹었어?”라고 대답하고. 솔직히 우리 부모님도 그러시거든. 엄마는 아빠한테 존댓말하고, 아빠는 엄마한테 반말해.
수민 드라마에서는 꼭 그러더라.
수빈 우리 집은 두 분 다 말을 놔서.
우혁 우리 부모님은 서로 존댓말을 해.
수빈 남자가 여자한테 반말할 때는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세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반대로 여자가 남자한테 반말하면 드세다, 이상하다, 독하다고 해.
수민 맞아. 여자한테 반말하는 남자를 보고 독하다고 하지는 않아. 반말하는 사람이 남자면 괜찮고 여자면 안 괜찮게 봐.
우혁 난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세민 어쨌든 내가 본 대부분의 드라마에선 여자가 남자한테 존댓말을 했거든.
수빈 여자는 남자한테 존댓말하고, 남자는 여자한테 반말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게 된 거야.
준혁 그럴 때는 보통 남자가 더 나이 많아 보이지 않아?
수빈 나이가 같거나 비슷해 보여도 그래.
우혁 친구 사이는 다 반말 쓰지 않아? 그럼 될 텐데. 여자 일 남자 일이 따로 있나?
수빈 1·2학년 때 교과서 기억나? 그림 보면 소방관·군인·정치인은 맨날 남자였어. 스튜어디스·간호사·어린이집 교사는 여자고.
준혁 이유가 있겠지. 좋아하는 직업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니야?
수빈 여자가 그 직업을 더 좋아한다고?
준혁 응.
수빈 옛날엔 그랬을지도 몰라. 지금은 아니야.
우혁 보통 남자가 그런 일을 해서 그런 거 아냐? 남자 소방관이 더 많아서.
준혁 그림을 그리려고 자료를 찾아봤는데, 집안일을 주로 하는 사람이 여자였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그린 거지. 다른 자료를 못 찾았을 수도 있어.
우혁 미래로 갈수록 더 공평해질 거야.
수빈 자료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요즘은 성별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직업을 가지잖아.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로.
준혁 책을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해마다 교과서를 바꾸는 건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바꾸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
수빈 교과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만드는 건데.
세민 사회도 배우고.
우혁 수학이나 과학 같은 거 배우지.
수민 공부 말고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수빈 이런 교과서로 배우면 성차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역할이 정해졌다고 생각할 것 같아. 1·2학년 때는 어려서 그게 이상하다고 못 느낄 거 아니야.
수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교과서에 그려진 걸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거야.
수빈 만약 3·4학년 교과서에 이렇게 나오면 학생들이 바로 항의할걸.
세민 교과서는 아이들의 동심으로 가득 차 있어야지.
수민 나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착 자리잡았어. 이런 게 쌓이면 고정관념이 되겠지? 교과서는 우리가 배우는 거니까 좋은 가치가 나와야 하는데….
우혁 중학교 교과서에는 공평하게 나오지 않을까?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평하게 표현될 수도 있어.
수빈 성교육을 받기는 했는데….
세민 좀 자세히 알려주면 좋을 텐데.
우혁 그런 걸 어떻게 자세히 얘기해.
수빈 학교에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겉핥기식이야. 솔직히 성교육이라고 할 수도 없어. 배운 게 거의 없으니까.
세민 성교육이 꼭 몸만 다뤄야 해?
우혁 어른이 될 때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면 좋잖아.
성역할 고정관념 벗어나기, 우리 가족부터세민 성교육 시간에 왜 신체 변화만 다루냐고. 성역할이나 성평등 같은 거도 알려줬으면 좋겠어.
수빈 당연히 나와야지.
우혁 솔직히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은 다 할 수 있잖아. 성교육을 하거나 말거나 모든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성역할이나 성차별을 따로 배워야 해?
수빈 진짜 누구나 원하는 직업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준혁 취미로 하기도 하지.
세민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직업들 있잖아. 부모님이 막 되라고 하는 의사·변호사·검사·판사, 이런 직업은 압도적으로 남자가 더 많대. 그런데 이상해. 솔직히 공부는 여자들이 더 잘하지 않아? 시험도 더 잘 볼걸?
우혁 여자가?
수빈 왜냐면 여자가 뇌 발달이 더 빠르대.
모두 크크크.
준혁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맨날 남자랑 여자랑 꼭 싸우는 느낌이야.
수민 싸움이 되는 게 속상해. 무조건 남자는 남자 편, 여자는 여자 편이 되잖아.
수빈 같은 성별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는 게 많아서 그런 거 같아.
준혁 솔직히 난 너희랑 친해서 여자 편을 들 수밖에 없어.
수빈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야. 자기 생각의 문제지.
우혁 나는 공정하게 판단하는데?
수빈 어쨌든 다들 성차별이나 고정관념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네.
준혁 그래도 모두 없앨 수는 없을 거 같아.
수민 없애야지. 시대가 변하고 있어. 옛날에는 여자가 일하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잖아. 근데 지금은 여자도 일해. 맞벌이하는 사람도 많고. 전에는 차별당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드러낼 수 있어야 해.
준혁 옛날부터 계속 이어져온 거니까, 아직 성차별하는 사람이나 가정도 있어. 그 집 아이들이 그걸 본받아서 따라 하면 더 이어질 수도 있고. 사람들은 선한 거보다 악한 걸 더 많이 따라 해서 아예 없애는 건 힘들지 몰라. 그러니까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해.
수민 점점 줄이다보면 없어질 텐데…. 그거보다 당장! 바로!
수빈 과정이 없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천천히 줄여나가는 것도 괜찮을 거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노력하면 없어질 수 있어.
세민 우리 가족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벗어날 수 있도록 제안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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