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이 여름에 울창해지는 이유를 하나는 알겠다. 그늘 많아지라고.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나 수풀을 뜻하는 녹음(綠陰)이란 단어도 ‘그늘 음’ 자를 쓴다. 푸름과 그늘은 함께다. 그리고 푸름만 풍경인 건 아니다. 빛은 제 무늬를 그늘로 만든다. 그늘은 풍경이 된다.
푸르뎅뎅한 10대의 시작, ‘푸르른 해’(청년)를 앞둔 새파란 사춘기. (창비교육 펴냄)는 ‘1n살’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고용우·김영호·하경화 교사, 정희성 시인, 최재봉 기자가 전국 중·고교 학급문집에서 77명의 글을 고르고 엮었다.
주제가 자신과 가족인 1부, 일상과 사물인 2부, 학교와 친구인 3부, 사회인 4부로 구성됐다. 청소년들은 생각을 시, 소설, 수필, 만화, 토론, 서평, 편지 등 다양한 형식에 담았다. 갑갑해하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하다. 염려와 발랄이 함께다. 그래서, 이 풍경은 녹음처럼 시원시원하다.
사춘기는 “반항하고 대드는 시기”가 아니라 “생각할 사(思)/ 봄 춘(春)/ 때 기(期)/ 봄을 생각하고 느끼는 때”. 이 시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사춘기 중2병을 우려할 동안, ‘시 쓰기 어렵네’라는 제목의 시가 패기 있게 쓰인다. ‘도둑질’한 얘기도 공개한다. 담배를 자주 피우는 아빠가 걱정돼 아빠 외투에서 몰래 담배를 훔친 아이가 “아빠의 슬픔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담배 도둑이 되는 동안, 수수께끼도 출제된다. 공부할 때 안 오고 게임할 때 오는, 운동할 때 안 오고 티브이 볼 때 오는, 숙제할 때 안 오고 휴대전화 볼 때 오는 “신기한 존재들”은? 정답 “우리 부모님”(!).
사랑에 빠져 ‘나는’의 세계와 ‘내가’의 세계를 섬세하게 분리(“그래, 나는 너를 좋아한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하기 시작하고, 세월호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10대 시민의 관점을 시퍼렇게 드러낸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색으로 보이는지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남을 색칠하지 못해 안달”인 편견을 경계하는 예리한 태도는, 색칠 공부 시간에 깨친다. “공부를 해야지 하는 조바심에 쫓”기면서도 “함께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질감과 위로가 아닌 경쟁심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고 문득 놀”란다는 성찰을 빠뜨리지 않는다.
키가 자라고 몸이 변한다. 세포는 빠르게 재생되고 새살이 금방 차오른다. 젖니가 날 때도 가렵고, 젖니 빠진 자리에 영구치가 날 때도 가렵다. 몸에 새것이 생길 땐 언제나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청소년기가 딱 그때. 10대가 난해하게만 보인다면, 그것도 얼마간 이해받기 어렵다. 이상하게 간지러워서 긁고, 긁어 부스럼도 만드는 생장기의 자연스러움을 이해하는 이는 사랑스럽다. 너그러움은 사랑스럽다. 사랑스런 존재가 되는 법.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스러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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