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
정희성 외 엮음, 창비교육 펴냄, 1만원
중고생들의 519개 학급 문집에서 고른 글 68편. 시·소설·수필·독서토론문·편지·만화를 담았다. “내가 밟지 못한 길을 걸어온/ 그 낡은 구두 한 켤레/ 나는 조용히 구두에 묻은 흙을 털었다.”(시 ‘아버지의 무게’) 청소년 현실의 부분집합일지언정 진솔하다. 눈 밝은 이는 임길택(1952~97)을 떠올리겠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사뮈엘 베케트 지음, 전승화 옮김, 워크룸프레스 펴냄, 1만6천원
우리말로 처음 번역됐다. 소설인데 주인공이 없다. 베케트답다. 이름은커녕 팔다리도 없고 몸통과 머리만 남아 식당 메뉴판 노릇을 한다. 베케트 소설답다. “어쩌면 결국 나는 뒤죽박죽 쌓여 있는 잡동사니 더미 속에, 아주 푹 파묻혀버릴지도 몰라. (…) 자 이것 봐, 그래도 나는 아무렇지 않아.”
내추럴 히스토리
존 앤더슨 지음, 최파일 옮김, 삼천리 펴냄, 1만7천원
자연사(Natural History)는 자연의 역사가 아니다. 인간이 온몸으로 겪은 자연의 기록. 자연사는 곧 인문(人文). 화려한 도판에 기대지 않은 것도 책의 장점. 국립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는 한국에 귀한 책. 데이비드 소로, 존 뮤어, 레이철 카슨. 세 사람이 대학을 박차고 자연으로 뛰어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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