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산에 다니기 시작한 지 8년이 넘었다. 40대 중·후반부터 시작해서 50대 중반이 되었다. 애초부터 산행을 좋아하거나 자주 한 것은 아니었다. 군대에서 지긋지긋하게 산악행군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감을 털어내기 위해 또는 모임을 준비하며 친목 도모를 위해 간혹 산을 찾은 것이 전부다. 특히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뒤에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그날그날을 보내기에 급급했다. 주말에는 출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뒹굴었다. 체중이 늘어 볼링과 테니스 등 운동을 하기도 했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고기가 당기는 식성이 걱정돼 검진 결과를 확인하고는 고기 먹는 것을 자제하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40대 중반을 넘으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명이야 하늘에 달렸지만, 허용된 기간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은 내 책임이자 노력에 달렸다.
2005년부터 2년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사법 개혁 작업의 실무를 책임졌는데, 검사와 판사들에게 술에서도 지면 안 되는 긴장된 상황이 연속되었다. 특히 검찰의 반발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 조금만 옆길로 새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귀결될 위험이 도사렸다. ‘대직약굴’(大直若屈·큰 곧음은 굽은 것 같다), 이 말에 의지해 타협하기도 하면서 헤쳐나갔다. 피폐해진 심신을 달래려고 주말에 집 주변 산을 찾았다. 집을 나서서 대모산과 구룡산을 돌아오면 2시간30분 내지 3시간이 걸렸다. 땀을 쏟으며 숲 속을 걸으니 몸이 리세팅되는 기분이 되면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충전되었다. 그렇게 산이 다가왔다.
2007년 4월 변호사로 복귀한 뒤 체중 조절과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이든 해야 했다. ‘건강을 위해 매주 산에 가자’고 마음먹었으나, ‘건강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매주 산에 가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올까?’ 그러니 그 답을 확인하려는 호기심으로 매주 산에 갈 수 있었다.
왜 다른 운동이 아니고 등산인가?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가까이든 멀리든 내가 가면 되고, 산이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산에는 경쟁과 승부가 없다. 경쟁이나 승부가 있는 운동은 남을 이겨야 내가 기쁘니, 선한 사람이 못할 짓이다. 산에는 나무와 풀과 바위와 물과 하늘과 새와 짐승 등과의 뜻밖의 만남이 있다. 체력 단련형 운동은 단조롭다. 산에는 인생이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암벽이 막으면 돌아가면 되고, 길이 없으면 돌아오면 된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을 때는 내가 개척한 흔적이 곧 길이 된다. 또 산행은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다. 일주일에 하루만 투자하면 된다. 나머지 6일 열심히 살아서 하루 투자를 만회하면 남는 장사다.
매주 산에 가서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왔나? 몸에 적합한 산행 시간이 길어졌다. 초반에는 3시간의 산행으로 충분했으나, 몇 달 지나니 4시간 이상 산행해야 몸이 만족했다. 1년이 지난 뒤에는 6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했고, 체중도 감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들머리를 출발해 처음 1~2시간을 쉬지 않고 올라 땀을 쏟으면 몸이 산행 모드로 변환된다. 이 정도 되면 전국의 어느 산이라도 오를 수 있다. 종종 무박으로 10시간 내지 14시간 동안 산을 타면서 새벽 정기를 받아 특별한 힘을 보충한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이후 고기를 끊고 비건 형태의 채식을 3년 정도 했다. 산행과 채식을 병행하니 체중이 15kg 넘게 빠졌다. 피골이 상접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걱정했다. 다시 육식을 하니 2년 만에 10kg 정도 회복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변화가 없다. 다만 일주일에 하루 산에 가서 뜻밖의 만남을 통해 일상생활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몸을 리세팅해 6일을 더욱 활기차게 산다. 매주 산에 가니 내 몸은 매주 산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변화되었다. 몸이 산을 걷기를 원하게 되었다.
김선수 변호사*김울프씨가 쓰는 ‘바다가 부른다’와 번갈아 4주에 한 번 김선수 변호사의 산행 이야기인 ‘김선수의 산이 부른다’가 연재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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