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알바’를 하다산꾼들 사이 용어 중에 ‘알바’가 있다. 김별아 작가는 ‘헛돌이’라 했다. 예정했던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말한다. 알바는 산행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여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예정했던 길로 가기 위해 잘못 들어선 지점으로 되돌아오거나, 좀 돌긴 하지만...2017-05-28 15:55
남근 바위 여근 폭포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면 눈을 휘어잡는 형상을 만나곤 한다. 그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닮은 형상에 눈길이 간다. 이런 형상에는 여러 전설이 깃들여 있다. 남근을 닮은 건 대개 바위이고, 여근을 닮은 건 폭포와 석굴이 많지만 간혹 봉우리도 있다. 민속학자 주강현은 ...2017-05-14 18:24
섬에도 산이 있다특별한 산행 중 하나가 섬 산행이다. 산에 입문하면 섬 산행을 거치게 된다. 남한에는 4400여 개 섬이 있고 그중 사람 사는 섬은 500개 정도다. 제주도나 울릉도처럼 큰 섬은 예외로 하고, 작은 섬들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한다. 다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2017-04-19 19:59
산에 사는 애인바야흐로 봄꽃의 계절이다. 아직 눈이 쌓였지만 남쪽에서 변산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등 황홀한 꽃 사진들이 올라온다. 산행 중에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꽃을 만나는 건 망외(望外)의 기쁨이다. 일부러 꽃을 찾아가도 알현하기 쉽지 않다. 이런저런 조건이 맞아야만 한다. 산...2017-03-16 22:35
방방곡곡 소금강우리 민족의 금강산 사랑은 지극하다. 지옥에 안 가려면 죽기 전에 한 번은 금강산에 올라야 한다는 민간신앙도 전해온다. 금강산에 갈 형편이 못 되는 민초들을 위해 금강산도(金剛山圖) 민화(民畵)가 발달했다. 그림으로라도 금강산을 오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남한의 산 가운...2017-02-22 22:04
평정심 타고 내려오다일상의 권태로 변화가 필요할 때, 삶이 잘 풀리지 않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때, 복잡한 심사를 잊고 평정심에서 출발하려 할 때 몸을 극한 지점까지 이끄는 능선 종주를 다녀온다. 오로지 순간의 어려움을 견뎌내자는 한 가지 일념으로 몇 시간이고 걷고 나면 살아 있음을 확...2017-01-31 15:22
백두대간 완주할 때까지백두산은 한반도의 시원(始原)이자 한민족의 발상지이며 민족의 꿈의 고향이다. 한반도 척추인 백두대간도 여기서 시작한다. 백색의 부석(浮石)이 얹혀 있고 백설로 덮여 있어 마치 흰머리와 같다 하여 ‘흰(白)머리(頭)산’이라 부른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가 백두산을 가른다...2017-01-06 20:04
우연인가 필연인가전국 각지에 만물상(萬物相)이 있다. 만물상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바위가 각양각색, 즉 만물의 형상을 띠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용·말·소·호랑이·곰·학·매·개 등 각종 짐승, 죽순·꽃봉오리·붓·달마대사 머리·누운 부처 등 각종 형상, 사람이 면벽수도하거나 두 손 ...2016-11-18 20:54
거사를 마치다 전국 각지에 공룡능선이 있다. 울퉁불퉁 솟은 바위로 이어진 산줄기가 공룡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름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함께 걷기가 수월치 않다. 공룡능선에서는 네 가지 점에서 놀란다. 첫째, 빼어난 아름다움에 놀란다. 암봉과 암벽의 수려한 개골미(...2016-10-19 21:29
무릇, 명산은 이래야 한다는명산, 명당에서 물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아가 물이 있어야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이 있어야 문화가 있다.조용헌 선생은 에서 명당의 한 요소로 서출동류(西出東流)를 ...2016-09-30 20:09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하루 산행의 마무리를 계곡물에 씻으면 금상첨화다. 산행 삼락(三樂)을 꼽는다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 후보로는 ①땀을 빼는 상쾌함 ②나무나 꽃과의 뜻밖의 만남 ③몸의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과 대면하고 대화하기 ④계곡물에 씻기로 마무리하기 ⑤좋은 사람들과 뒤풀이로 ...2016-08-31 21:57
아찔한 깨달음 아찔한 바위 끝에 위태롭게 걸린 암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경관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주어 보는 이를 경건하게 한다. 사방이 터져 조망이 시원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이를 황홀하게 한다. 일출과 일몰, 월출과 월몰의 기운을 온전하게 받으며 감상할 수 있다. 일출 또는 ...2016-07-21 18:45
6폭 폭포에 ‘풍덩풍덩’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조선 후기의 지리서인 의 원리다.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을 나눈다’는 뜻이다.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으로 통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세력은 광물 수탈을 위해 땅속 지질을 기준으로 ‘산맥’ 개...2016-06-24 17:28
악! 소리 나는 ‘악산’들‘악’자 들어가는 산이 많다. ‘큰 산’ 또는 ‘높은 산’을 의미하는 ‘악’(嶽=岳)자를 쓴다. 뫼산(山, 산봉우리) 부수에 ‘삐죽삐죽 내밀다’라는 뜻과 음을 동시에 나타내는 한자 ‘獄’(옥→악)으로 이뤄졌다.명칭에 ‘악’자가 들어간 ‘~악산’은 보통 암봉과 암릉이 절...2016-06-03 10:50
시를 읽듯 산으로산행은 공부나 독서 또는 시 읽기와도 같다. 오를 때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 정상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고, 정상을 찍은 뒤엔 다시 세상사로 내려와야 한다. 전과 동일한 것 같은 세상사를 살아가지만, 정상에서 멀리 바라본 사람은 그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세상...2016-05-13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