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명당에서 물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아가 물이 있어야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이 있어야 문화가 있다.
조용헌 선생은 에서 명당의 한 요소로 서출동류(西出東流)를 들었다. 물이 서쪽에서 나와 동쪽으로 흐르는 지형을 말한다. 서출동류의 물은 일조량을 풍부하게 받아 산소 함유량이 많은 명당수라고 한다. 또한 서출동류의 지형은 서(북)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은 형세여서, 차가운 겨울 북서풍을 막아주고 따뜻한 동남풍을 받아주기 때문에 살기 좋은 지형을 형성한다. 한편, 우리나라 지형은 경동지괴(傾動地塊)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데 반해, 중국 지형은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아 중국의 많은 강이 서출동류다. 그래서 서출동류를 명당으로 여기는 풍수는 사대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동(남)쪽 방향으로 트인 말발굽(U) 형태의 산줄기가 서출동류를 만든다. 말발굽 형태의 주능선에서 계곡을 향해 여러 지능선이 갈라지고, 그 사이사이 계곡이 가운데 주계곡으로 흘러든다. 말발굽의 한가운데, 즉 많은 지계곡이 모이는 합수 지점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명당이다. 바로 그 지점에 절이 자리잡고 있다. 내장산 내장사, 선운산 선운사, 강천산 강천사, 내연산 보경사 등이 대표적이다. 말발굽의 능선을 종주하다가 힘들면 어디에서든 가운데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면 절로 연결되기 때문에 길을 잃거나 조난당할 염려는 없다.
내장산은 아홉 봉이 말발굽을 이룬다. 남쪽의 추령에서 시작해 ①장군봉, ②연자봉, ③신선봉, ④까치봉, ⑤연지봉, ⑥망해봉, ⑦불출봉, ⑧서래봉, ⑨월영봉이 이어진다. 서쪽 망해봉에서는 서해 바다가 보인다. 내장사는 깎아지른 서래봉을 배경으로 한다. 이름도 ‘내장’(內藏)이다. “기쁨도 슬픔도/ 안으로만 삭여/ 미움도 사랑도 가슴에만 묻어”(오세영, ‘내장산’ 중)
2008년 9월20일 가이드 산악회를 따라 여덟 봉을 종주했다. 월영봉은 좀 벗어나 있어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쉽지 않다. ‘춘 백양, 추 내장’이라 해서 단풍이 절경이다. 빨간색의 정수를 보여준다. 내 기억 속에 내장산은 민주화의 소식을 들었던 곳으로 남아 있다. 대학교 1학년인 1979년, 축제 마지막 날인 10월26일 내장산을 찾았다. 다음날 아침 10·26 사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선운산은 구황봉∼비학산∼청룡산∼낙조대∼국사봉∼수리봉(선운산 정상)∼경수산이 크게 둘러싼다. 당일치기로 전체 구간을 타기 무리다. 보통 하련제에서 청룡산으로 올라 수리봉 또는 경수산까지 탄다. 2010년 3월27일 경수산까지 돌고, 선운사로 내려왔다가 구황봉까지만 다녀왔다. 선운사는 동백꽃과 석산(꽃무릇)이 유명하다. 시기를 잘 맞춰야 꽃을 만날 수 있다.
가을 녘 잎 없는 꽃대에 밀어올린 붉은 꽃무릇은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만/ 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 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오인태, ‘꽃무릇’)
강천산은 광덕산∼시루봉·운대봉∼연대봉∼형제봉∼왕자봉(정상)∼깃대봉∼천지봉이 둘러싼다. 동쪽으로 강천제 저수지가 있고 안쪽에 호수와 구장군폭포, 비룡폭포 등이 있다. 2012년 2월4일 산악회를 따라 찾았다. 호남정맥 팀을 따라갔기에 내부 속살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내연산은 천령산(우척봉)∼향로봉∼삼지봉∼문수봉이 크게 둘러싼다. 주계곡에는 12개의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관음폭포와 연산폭포가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겨 압권이다.
2012년 4월21일 100대 명산을 완주하기 위해 홀로 찾았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예정대로 강행했다. 남쪽 줄기까지 돌려면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해서, 북쪽 줄기만 돌고 계곡으로 폭포를 구경하면서 내려왔다. 산행 7시간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동료들이 걱정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명산을 찾아 그 기를 받자면 어느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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