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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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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폭 폭포에 ‘풍덩풍덩’

설악산 아니오니골, 삼악산 등선계곡… 무더위 날리는 별천지들
등록 2016-06-24 17:28 수정 2020-05-03 04:28
2014년 8월2일 강원도 삼척 문지골에서. 김선수

2014년 8월2일 강원도 삼척 문지골에서. 김선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조선 후기의 지리서인 의 원리다.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을 나눈다’는 뜻이다.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으로 통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세력은 광물 수탈을 위해 땅속 지질을 기준으로 ‘산맥’ 개념을 사용했으나,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산줄기와 계곡을 기준으로 하는 대간-정맥-지맥 개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산줄기 사이에는 계곡이 있고, 계곡에는 물이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 지점에서 발원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다. 다시 공중으로 증발해 비로 내려 만물을 키운다. 그래서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이 있는 계곡에는 사람이 살고, 마을이 있고, 고유한 문화가 있다. 산줄기와 계곡과 물을 기준으로 마을과 문화가 구분되는 것이다.

명산은 좋은 계곡을 끼고 있다. 계곡에는 매끄러운 암반 위의 맑은 물, 다채로운 폭포들, 만물상의 바위들, 울창한 숲과 다양한 풀이 있다.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과 백담사 계곡 사이에 ‘아니오니골’이 대표적이다. ‘한번 들어가면 (너무 아름다워서 또는 너무 험해서) 다시 나올 수 없는 계곡’이다. 2009년 8월 아니오니골에 갔다. 계곡이 워낙 원시적이고 야성적이며 길이 끊기기도 해서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숲이 울창해서 어둑어둑했고, 비 온 뒤라 습기로 눅눅했다. 군데군데 폭포와 소(沼)가 있다. 산삼을 비롯한 약초가 많은지 심마니의 흔적도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금강초롱꽃은 또 얼마나 색이 곱고 아름답던지. 아침 6시 계곡 입구에 들어가 10시가 지난 뒤에야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 인근에 있으면서 소규모 협곡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는 강원도 춘천 삼악산 등선계곡이 있다. 2년 전 8월, 민변의 젊은 변호사 6명에게 산행의 재미를 맛보게 하기 위해 찾았다. 코스는 짧지만 협곡(등선계곡)과 폭포, 암봉(용화봉)과 암릉, 호수(의암호)와 강(북한강), 산그리메, 흥국사·상원사 등 명찰과 일품 찻집, 그리고 맛있는 음식(닭갈비)까지 섭렵할 수 있다. 여름날엔 옷을 입은 채 계곡물에 풍덩 빠지며 계곡 트레킹을 만끽할 수도 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곳은 강원도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다. 이곳에 갈 때는 산행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 변호사와 중학생도 함께했다. 깊은 곳은 한 길도 넘지만 대부분 무릎이나 허리까지 찬다. 꽤 넓고 경사가 완만한 계곡을 물길 따라 내려온다. 배낭을 짊어진 채 물속에 잠겨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강원도 삼척 용인등봉과 줄미등봉 사이의 문지골은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2014년 8월 산악회를 따라갔다. 능선 갈림길에서 문지골을 타고 용소골로 떨어져 덕풍마을로 나온다. 비교적 경사가 급한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은 맑기 그지없다. 1폭부터 6폭까지 6개의 폭포가 있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짙은 심연의 색조를 띤다. 오후 3시 맨 위 6폭에 도착해 웅덩이마다 풍덩풍덩 빠지면서 내려왔다. 길지 않은 코스지만 3시간 동안 즐기면서 내려왔다. 무더운 여름날, 햇볕 아래 소금기 있는 바다보다는 울창한 숲 속 청정한 계곡에 들어가보자. 별천지가 바로 여기다.

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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