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산행 중 하나가 섬 산행이다. 산에 입문하면 섬 산행을 거치게 된다. 남한에는 4400여 개 섬이 있고 그중 사람 사는 섬은 500개 정도다. 제주도나 울릉도처럼 큰 섬은 예외로 하고, 작은 섬들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한다. 다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섬들은 무박으로 항구까지 가서 새벽에 배를 타고 들어가 산행하고 그날 오후 다시 배를 타고 나와서 서울로 올라온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고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섬 산행은 역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최근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배를 타지 않고 가는 섬도 많아졌지만, 배를 타지 않으면 섬 산행에서 중요한 요소가 빠진 듯해 허전하다. 배를 타면서 갈매기와 놀기도 하고, 운 좋을 때는 배 위에서 일출을 맞기도 한다. 섬에서 해산물을 사서 나오는 배의 갑판에 자리를 마련해 한잔 마시며 마무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섬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싱싱한 회 같은 해산물 먹거리다.
섬의 산에 오르면 해안 암벽이 절경을 이루고, 바위 능선과 봉우리에서 보는 사방의 풍경이 시원하다. 특히 망망대해와 점점이 흩어진 섬들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섬마다 독특한 식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송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억세게 버티는가 하면 남해 섬에는 동백 등 상록수가, 서해 섬에는 소사나무가 숲을 이룬다.
모래 또는 몽돌 해변의 광활함도 속세의 응어리를 풀어준다. 강제윤 작가는 책 에서 해수욕장이란 말은 해변을 그저 여름 한철 물놀이 장소로 제한하지만, 해변은 어느 철에 와도 좋으므로 그냥 해변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해변이 사람들과 더 친밀해지고 산책과 사유의 본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섬 산행의 모범으로 보통 사량도 지리망산을 꼽는다. 섬이 뱀 모양을 닮아 사량도(蛇梁島)이고, 맑은 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다.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조화를 이뤄 불모산·가마봉·향봉·옥녀봉 등 기암괴석의 암봉을 형성하고 다도해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산에 가려면 경남 사천(옛 삼천포)항 또는 고성 용암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이 산에 2009년 3월9일, 2016년 3월5일 두 차례 다녀왔다. 옥녀가 몸을 날려 자결했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옥녀봉 정상 바위 봉우리는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첫 산행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에 허약한 나무사다리 하나가 위태롭게 걸쳐 있어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사량도에 다녀온 사람은 옥녀봉에 오른 사람과 옥녀봉에 오르지 못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2016년 두 번째로 가보니 튼튼한 나무계단이 잘 설치돼 걱정 없이 오를 수 있었다. 대신 예스런 맛이 사라져 아쉬웠다.
홍도 깃대봉도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전남 목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100대 명산 종주를 위해 2012년 5월12일 찾았다. 1무1박3일로 버스를 대절해서 목포 유달산, 홍도 깃대봉, 장흥 천관산, 고흥 팔영산을 돌았다. 서울에서 가려면 버스로만 왕복 10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근처 여러 산행 코스를 하나로 묶어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홍도 항구에서 깃대봉을 넘어 북쪽 해안에 내려갔다가 다시 넘어왔다. 그때 횟집에서 먹은 자연산 회가 지금까지 제일 맛있는 회로 각인돼 있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욕지도와 연화도는 아내와 딸도 같이 다녀왔다. 2009년 크리스마스에 밤늦게 출발해 다음날 아침 배로 욕지도를 먼저 들러 돌고, 연화도를 거쳐 나왔다. 운 좋게 배 위에서 일출을 맞았다. 욕지(欲知), 연화(蓮花) 모두 불교적 색채가 있다.
청산도는 슬로시티운동의 본거지로, 영화 촬영지로 이름 높다. 노란 유채꽃이 피고 파란 보리 새싹이 물결을 이루는 봄날이 특히 좋다. 철 지난 2016년 6월5일 찾았다. 범바위가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새롭다.
배 타고 바다를 건너 고립된 세계에 우뚝 솟은 산에 올라 망망대해에 떠 있는 점점의 섬들을 조망하노라면 속세의 찌들었던 한 매듭을 끊어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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