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이 감옥에 있다. 그가 또다시 감옥에 갇혔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박래군에게 묻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검찰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박래군이라는 수괴의 지령을 받아 행동한 폭력배인 양 취급하고 있다. 권력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조직의 명령이 아니라 개인의 일탈이라며 관용을 베풀면서 말이다. 이 기이한 논리에 따르면 이 나라는 거꾸로다. 시민들은 지휘체계가 분명하고 정부는 무정부 상태다.
하지만 박래군은 폭력을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을 이해하는 일과 현대 한국의 국가폭력을 상기하는 일은 맞물려 있다. 박래군의 동생 박래전은 군부독재에 항거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동생의 뜻을 이어가는 데 삶을 바치기로 한 박래군은 이후 숱한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인권을 외쳤다.
내가 박래군과 연을 맺은 건 2011년 1월 용산 참사 2주기 집회에서였다. 그는 사회를 봤고 나는 시를 낭독했다. 나는 나중에야 박래군이 소설을 쓰기 위해 대학에 갔고 열심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한 소설가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끔 사석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나에게 종종 “사회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정작 그의 근원적 욕망인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우리는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세상에는 싸우기 위해 글쓰기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싸우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앞의 예가 오에 겐자부로라면 뒤의 예는 프리모 레비다. 둘은 다른 사람일까? 나는 그 두 사람이 펜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박래군을 보며 질문한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만 산 자의 권리인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살지 못했던, 살았어야 했을 삶을 산 자들이 대신 요구하고 얻는 것은 아닐까?
박래군은 일생 동안 죽은 자들의 편에 서서 인권을 말해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 말을 그는 거부해왔다. 대신 그는 말한다. 산 사람은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죽음을 통해서 온전히 살 수 있다.
이 논리는 지극히 문학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나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많은 작가들이 공유하는 믿음이 있다. “문학은 결국 죽음에 관한 것이다.” 문학은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죽음을 통해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터 베냐민은 에서 죽은 자의 구원과 산 자의 행복은 일치하며, 그 일치를 용납하지 않는 역사의 강력한 적들과 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점화하는 재능을 가지고 역사를 쓰는 사람들은 확신한다. 적이 승리한다면 죽은 자들조차 적들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적은 계속해서 승리해왔다.”
산 자의 행복은 오로지 현재의 성공에만 있다며 죽은 자의 명예와 존엄을 압살해온 적의 폭력에 박래군은 저항해왔다. 그 저항 속에서 그는 희망에 대해 중단 없이 이야기해왔다. 적은 계속해서 승리했고 박래군은 계속해서 패배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방식으로 희망의 역사를 써왔다. 그는 펜을 손에서 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누구의 것보다도 강한, 부러지지 않는 강철 펜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나중에 소설을 쓴다면 그때 나는 말할 것이다. “그가 제2의 문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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