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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찐돌이네 반찬은 무엇?

개구리구이 다수리까지 와서 망태기 무겁게 억머구리 잡아가는 고동골 연년생 형제들
등록 2015-08-07 17:12 수정 2020-05-03 04:28

고동골 사는 찐돌이네는 곡식을 심을 변변한 땅이 없습니다. 그러니 변변히 먹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진수·진기·진우·진아 연년생으로 4남매를 낳았습니다. 진수 어머니가 막내딸을 낳고 일어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몸져누웠을 때, 진수 아버지는 억머구리(개구리)를 잡아 폭 삶아서 소금 타서 아들도 먹이고 어미도 먹였습니다. 몇 번 먹더니 뭔지 꾸수름한 게 먹을 만하다고 잘 먹습니다. 며칠을 억머구리 달인 물을 해 먹였더니 아 젖도 잘 나고 어미도 깨성해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뭘 먹인 거냐고 진수 엄마가 물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요즘 흔한 억머구리를 잡아다 삶았소. 진수 엄마는 왝 구역질을 합니다. 비위 약한 내가 억머구리를 삶기까지는 힘들었소. 억머구리는 허한 사람에게 보약이 된다고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단 소릴 들었소. 당신이 먹고 일어난 것 보면 보통 좋은 약이 아닌 것 같소. 아들을 생각해서 독한 마음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소.

한겨레 김성광 기자

한겨레 김성광 기자

진수·진기·진우, 고만고만한 아들이 사람들은 구분이 잘 안 가서 찐돌이네라 부릅니다. 찐돌이네 형제는 심심하면 억머구리를 잡아다 마당에 숯불을 피워서 구워 먹습니다. 아무래도 산골 도랑보다는 논둑이나 보 도랑에 억머구리가 많으니 찐돌이네 형제는 다수리까지 와서 억머구리를 잡아갑니다. 4남매가 억머구리 잡는 모습은 구경거리입니다.

옷감을 아끼느라고 남자애들은 바지가 빤스 같고 윗옷은 조끼를 겨우 어깨끈만 달아서 입혔습니다. 여자애만 오금 밑에 오는 몸뻬와 반팔 적삼을 입습니다. 형제들이 갖은 익살을 다 떨며 재미있게 억머구리를 잡습니다. 여자애는 억머구리가 도망가 숨으면 펄쩍 뛰어 엎드리며 눈을 하얗게 치켜뜨고 돌 밑에 손을 집어넣어 오빠들보다 더 잘 잡습니다. 늘 망태기가 무겁게 잡아갑니다. 또래들이 왜 다수에 와서 우리 억머구리를 잡아가냐고 시비를 걸어도 늠름한 찐돌이네 형제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립니다. 징그러운 억머구리를 먹는다고. 먹을 것이 없어서 억머구리만 먹고 산다고.

그래도 아들 야무지게 큰 것 보면 억머구리가 몸에 좋긴 좋은 모양이여. 어떤 할아버지는 자기네 손주가 키가 안 크고 뭘 잘 안 먹어서 억머구리를 먹여야겠다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찐돌이네 가서 물어봤다고 합니다. 탄탄하고 씩씩하게 자란 찐돌이네 형제를 내심 다들 부러워합니다.

복날 다수리 아이들이 뼛속까지 시원한 고동골 도랑에 와서 피라미를 잡고 놉니다. 족대를 대고 지렛대로 돌을 들썩이며 피라미를 잡습니다. 찐돌이네 집 앞까지 갔을 때 찐돌이네 형제가 억머구리를 구우려고 불을 피우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새끼들 그거 우리가 키우는 건데 왜 잡나. 찐돌이네 형제가 피라미가 든 다래끼를 들여다보더니, 피라미 새끼나 먹으니 피라미처럼 안 크지. 이런 건 키워가지고 잡아먹어야 된다, 하며 피라미를 도랑물 속에 쏟아버렸습니다.

이 새끼들 다수 도랑에서 억머구리는 잘도 잡아가더니 그까짓 피라미 새끼 잡는다고 난리나. 욕하고 씩씩대며 덤벼듭니다. 어떤 놈은 쏟아버린 피라미가 아까워서 질질거리고 웁니다. 달래도 달래도 웁니다. 욕하고 덤비는 것보다 더 귀찮고 안됐습니다. 찐돌이가 억머구리처럼 배를 잔뜩 내밀고 입을 부풀리고 두 팔을 앞발처럼 구부려 ‘객객’ 억머구리 소리를 냅니다. 억머구리처럼 두 다리를 뒤로 쭉 뻗으며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어 둥둥 뜹니다. 울보가 깜짝 놀라 울음을 그칩니다.

찐돌이네 형제는 미안하니 대신 억머구리를 구워주겠다고 합니다. 찐돌이네 형제는 제각기 창칼을 하나씩 들고 억머구리 엉덩이 윗부분을 탁 잘라내고 위에서 아래로 껍질을 홀라당 벗겨버립니다. 셋이서 금방 한 대야를 잘도 손질합니다. 숯불 위에 넓은 철망을 얹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억머구리 다리를 얹으니 치지직~ 연기를 내며 익습니다. 굵은 소금을 손을 높이 들고 철망 위에 멋들어지게 흔들며 뿌려줍니다. 타다닥 타다닥,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닭고기 냄새가 납니다. 노릇노릇 익은 억머구리 다리를 울던 놈이 더 많이 잘 먹습니다.

전순예 1945년생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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