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7번 국도를 걷는다. 소설가 김연수에게 7번 국도는 청춘의 혼란스러움을 받아준 길이었다. 시인이 이 길을 걸은 이유는 핵발전소를 찾아서다. 7번 국도에는 핵발전소가 줄줄이 서 있다.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울진·경주·부산 세 지역에 17기가 있다. 신혜정 시인이 7번 국도를 방문한 뒤 낸 책 제목은 (호미 펴냄)다.
“여러분께, 특히 젊은 사람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힘없는 내가 한심하기도 합니다.” 고이데 히로아키의 책 을 읽다가 시인은 테이블에 올렸던 다리를 내리고 허리를 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시작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았다. 그 속에서 그가 확신한 것은 인간은 원자력을 다룰 주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수명 연장을 끊임없이 타진하던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사용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2013년 설계수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대략의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30~40년이다. 인간이란 종이 보는 ‘미래’라는 게 그 정도, 30~40년인 듯하다. 30년짜리 발전소를 지으며 전세계의 인류는 낙관했다. 우리는 원자력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고 폐기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 사고는 끔찍했다. 원자력을 폐기할 방법도 찾아내지 못했다. 우둔한 방법 이외에는.
사용후 핵연료까지 묻는 세계 최초의 핵폐기장을 건설 중인 나라 핀란드의 예를 보자. 1980년 부지 선정을 시작해 2000년 서쪽 해안 올킬루오토섬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2004년 공사가 시작되었다. 지하 455m를 파내려가면서 연구를 진행해 핵폐기물 건설 허가 신청은 2012년 이루어졌다. 운영 허가는 2020년에 날 예정이다. 2022년 핵폐기물 이전 작업이 시작되고 이 작업이 2112년 끝나면 2120년 입구를 영구적으로 막는다. 그러고는 10만 년간 살아 있는 것을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20만 년을 관리해야 한다. 핵폐기물은 30만 년간 방사성을 뿜는다. 30만 년 전이라면 인류의 조상인 호모에렉투스가 활보하기 전이다. 당장 30년 내다보고 30만 년을 엿바꿔먹는 게 인류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에는 2015년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원자력발전소가 13기고, 바닷가에 지어진 발전소의 전기를 대도시 소비자에게 납품하기 위해 765kV 송전탑을 세운다. 시인은 말한다. “만약 이것이 자동차 산업이라면 수천 대, 수만 대가 생산되었다 할지라도 모두 리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원자력발전의 기본적 속성에 한국 정부는 불안을 더 부채질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이명박 정부는 바람이 편서풍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바람이 그쪽으로 안 불어 다행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시내로. 키예프로.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바람이 벨라루스로 향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나와 나의 어린 유리크에게로…. 바로 그날 아이들과 숲에 놀러 가서 괭이밥을 뜯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중에서 시인이 인용하고 제목으로도 딴 대목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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