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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할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없다

저널리즘과 기술의 긴장관계
등록 2014-12-18 15:05 수정 2020-05-03 04:27

저널리즘과 관련한 2014년 최고의 글 또는 논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주저없이 에밀리 벨(왼쪽)의 ‘실리콘밸리와 저널리즘: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끊낼 것인가’와 이에 대한 제프 자비스의 반론 ‘저널리즘과 기술: 서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함께 춤출 것인가’를 꼽는다.

에밀리 벨은 영국 의 디지털 책임자로 일해왔고 현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스쿨의 교수다. 벨은 지난 11월21일 영국 옥스퍼드대학 로이터연구소가 개최한 강연에서 “뉴스 생산자는 뉴스를 독자와 청중에게 전달하는 통제권을 상실”했음과 “뉴스 유통 통제권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이 가지고 있음”을 주장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벨에 따르면, 역설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공론장은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의 기업이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달려 있다. 제4의 권력인 저널리즘은 유통수단뿐 아니라 저널리즘 생산기술에 대한 장악력마저 상실했다.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 분석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벨은 페이스북 알고리즘 담당자가 만 26살임을 강조하며 기술기업의 저널리즘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우려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벨은 세 가지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저널리즘이 기술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높여야 한다. 저널리즘 교육은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코딩할 수 있는 기자가 절실하다. 둘째, 규제 강화다. 저널리즘은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지적 자산이다. 이를 보호·육성하는 일은 사회 및 정부의 몫이기도 하다. 셋째, 기술에 대한 보도를 정치 및 인권처럼 중요한 보도로 여겨야 한다.

제프 자비스는 벨의 주장에 반대 의사를 표한다. 자비스는 편집국이 아닌 알고리즘이 뉴스 유통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벨의 주장에 동의를 표하며, 알고리즘이 갖춰야 할 원칙과 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 건 이제 고작 20년의 역사를 가진 디지털 또는 웹의 시대정신은 협력에 기초한 생태계라는 점이다. 알고리즘 등 필터 기능에만 한정하는 논의는 웹이 가져온 개방의 가치에 눈멀게 한다. 대다수 전통 언론은 소수 사주에 의해 독점됐고 그들의 지배 아래 편집국이 운영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기업이 마크 저커버그가 지배하는 기업보다 옳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저널리즘이 기술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저널리즘이 기술 측면에서 구글·페이스북 등 전문 기술기업을 능가할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없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고, 좋은 글을 함께 나누는 이용자, 논쟁을 일으키는 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이용자, 이들이 진정한 게이트키퍼이벼 뉴스의 유통자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

관련 디지털 텍스트
실리콘밸리와 저널리즘: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끊낼 것인가
http://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news/silicon-valley-and-journalism-make-or-break
저널리즘과 기술: 서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함께 춤출 것인가
http://buzzmachine.com/2014/11/22/journalism-technology-duel-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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