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이용자 약 7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실험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실험 결과는, 특정 이용자의 뉴스피드에 긍정 메시지를 집중해서 보여줄 경우, ‘긍정 감정‘이 전이돼 해당 이용자도 긍정 메시지를 남기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논쟁은,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이번 실험의 윤리적 타당성 여부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컴퓨사이언스 교수인 에드 펠턴은, 학술 영역에서는 강하게 거부되고 있는 이 실험 방식이 페이스북뿐 아니라 기업 대다수에서 보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펠턴은 연구윤리에는 어긋나지만 다수 기업의 관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나 보이드의 생각은 다르다. 다나 보이드는 연구 대상자에게 사전에 목적과 내용을 숨기고 진행되는 연구가 결코 적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연구 성격에 따라 목적을 숨기는 일이 때론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구 목적 공개 여부를 누가 어떠한 기준에서 결정하느냐는 점이다. 학자 스스로의 윤리 기준에 맡길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다나 보이드는 빅데이터 연구자로 유명하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페이스북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글을 통해 시민사회와 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이터 연구 윤리위원회’를 제안하고 있다. 이번 감정조작 실험이 일회적인 일이 아니라,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일상화된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보이드에 따르면 이러한 실험을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소비 행위에서 행복함을 느끼길 원한다. 그래야 다시 페이스북을 이용할 동기가 유지되거나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구매 및 투표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페이스북 이용을 중단하면 될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데이터 영향력은 페이스북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구글·애플·아마존·네이버·다음 등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모든 기업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이용자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해야만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다나 보이드는 이용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모든 기업마다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로부터 투명성을 강제하는 길만이 연구자 및 기업 관계자의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윤리 의식을 바로 세울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의도를 세운 것처럼,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 도’가 필요하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
관련 디지털 텍스트
‘페이스북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http://www.zephoria.org/thoughts/archives/2014/07/01/facebook-experim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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