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얼밴드 또는 갤럭시기어를 팔목에 착용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만보기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건강 트래킹 기술은 앱으로 연결돼 친구들끼리 하루 칼로리 소모량 경쟁을 부추길 수도 있고, 또는 180일 동안 꾸준하게 만보를 걸을 경우 건강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도 한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스마트폰 기술은 운전 중에 전화와 문자메시지 입력을 자동으로 감지해 차단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실로 성큼 다가온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와 트럭은 과속, 신호위반, 과적 등의 단어를 사회에서 내쫓을 수 있다. 도시와 건물 곳곳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모두는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 아래 클라우드 인터넷에 연결되고, 범죄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CCTV뿐 아니라 개인이 휴대한 각종 웨어러블 기기들이 관련 ‘증거’를 제공한다. 국가의 역할은 불법행위를 기다리거나 감시하는 게 아니라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로 변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연일 술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 외 근무를 빈번하게 요구하며 저녁 없는 삶을 노동자에게 강제하는 회사에 보험회사와 규제 당국의 경고장이 날아들 것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경제 혜택이 돌아가고, 도심 도로는 가래침과 담배꽁초로부터 해방된다.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일감도 대폭 줄어든다. 트래킹과 센서 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면서 규제 업무를 자동화한다. 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이상하리만큼 큰 사람에게는 탈세 혐의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국세청 업무 효율성은 극대화한다. 국가와 정치는 자신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알고리즘에 기초한 규제 시스템’에 넘겨줄 수 있다. 국가 유지 비용은 줄어들고, 그만큼 시민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과도한 상상일까? 이 상상은 ‘웹 2.0’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사람으로 알려진 팀 오라일리의 주장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전도사인 오라일리는 ‘열린 데이터와 알고리즘 규제’라는 글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통치와 정치의 최소화라는 스마트 세상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오라일리가 그리는 세상이 과연 멋진 사회일까? 그의 주장은 기술혁신이 결코 비정치 영역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오라일리는 목표와 수단을 뒤바꾸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탈세 행위를 적발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을 찾아내고 탈세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경제 및 사회의 효율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 사회에서 어떻게 정치와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관련 디지털 텍스트
열린 데이터와 알고리즘 규제
http://beyondtransparency.org/chapters/part-5/open-data-and-algorithmic-reg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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