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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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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빈자리를 채울 나눔의 경제

디지털 기술과 자본주의의 몰락
등록 2014-09-27 11:08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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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와 경쟁하던 자본주의는 20세기 말 사회주의와의 대격돌에서 승리한다. 기쁨도 잠시, 21세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자본주의는 큰 변화에 빠져들며 ‘소멸’하고 있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혁명이 경제의 기본 규칙을 새롭게 만들고 소득 불평등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에어비앤비·우버 등 ‘나눔의 경제’ 덕에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증가하고, 세계경제는 협력문화의 민주성에 매료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이다. 리프킨은 에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끝내는 힘은 시장의 실패가 아닌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멈추지 않는 기업가정신과 디지털 기술 혁신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술의 가파른 진화는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과 유통의 한계비용을 낮추며, 결과적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를 증가시키고 투자자에게 넉넉한 이윤을 돌아가게 하는 원인이다. 여기서 한계비용은, 고정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재화를 1개 더 생산할 때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리프킨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할 때 기업의 이익 또한 사라지고 결국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자본주의가 떠난 자리를 메우는 것은 나눔의 경제다.

리프킨은 자신의 자본주의 몰락 테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다. 전자책과 블로그가 전통 미디어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대학교를 온라인 공개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이 대체하고,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체계를 대체한다. 리프킨의 말처럼 한계(생산)비용이 디지털 기술로 하락해온 것은 사실이다. 다만 리프킨이 에서 소개한 것은 이러한 기술 발전의 ‘슈퍼 사물의 인터넷’이라는 개념이다. 슈퍼 사물의 인터넷은 가까운 미래에 전세계의 통신망, 도로망, 에너지망을 하나로 연결한다. 망의 경제적 효율성은 증가하고, 하드웨어의 생산비용은 급락한다. 디지털 기술이 특정 분야에 제한하지 않고 인류 경제의 모든 영역으로 영향을 미쳐 한계비용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한계비용 하락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지 리프킨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잠시 멈추는 꼴을 참지 못해 이를 우버에 제공하는 것이 넉넉한 나눔의 문화일까,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자본주의의 극단일까.

리프킨은 낙관적인 세계관의 소유자다. 협력하는 경제문화가 꽃피우는 생활협동조합이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력도 필요하다. 공동체 사회와 슈퍼 사물의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망은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리프킨이 그리는 나눔의 경제가 자본주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리프킨의 주장은 미국 하버드대학 법학교수인 요차이 벤클러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벤클러는 2006년 에서 위키피디아, 공유문화, 공동노동, 협력소비 등이 경제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인터넷 운동가 벤클러의 주장이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측하는 경제학자 리프킨의 주장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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