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네이버의 검색서비스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구글은 유럽 국가 검색시장에서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시장을 천하통일했다. 경쟁자는 있어도 네이버·구글·다음카카오는 전통적인 시장점유율 시각에서 볼 때 특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나쁜 상황일까. 규제 당국이 앞장서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적절할까. 막대한 연구 예산을 들여 서비스를 개선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것을 염려해 해당 기업이 기술투자를 주저한다면 어떨까?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투자자인 피터 틸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독점에 대한 과거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미래가 망가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는 최근 출판된 (Zero to One)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의 동의를 받아왔고 사회적 합의로 여겨졌던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틸은 명쾌한 논리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경쟁이 사회 및 경제 발전의 자양분이다’는 주장은 하나의 도그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급진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구현해 기존 경쟁자를 따돌려 새로운 시장을 열어내는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경쟁자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기업 정책은 디지털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틸은 2000년대 초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이 애플의 등장에 빌미를 제공한 예, 1990년대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과 시에벨 시스템스의 토머스 시에벨 사이의 반목과 경쟁의 예를 대표적인 경쟁을 존중하는 문화의 폐해로 꼽고 있다. 아이폰 5와 6 또는 갤럭시 4와 5 등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경쟁 구도와 점진적인 개선은 ‘경쟁 함정’에 두 기업을 빠지게 한다는 것이 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독점에 기초한 시장지배력 확대와 남용을 마냥 긍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변함없는 감시 대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틸의 주장은 정치인 또는 규제 당국보다 기업가, 개발자에게 맞춰져 있다. 최소한 시장 경쟁자보다 10배 이상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라고 주문한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이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다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현재 수준의 복지를 ‘최적화’하는 시도는 충분하지 않다. ‘창조적 독점’으로 유토피아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경쟁자를 분석하고 경쟁에서 차별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라는 고민보다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틸의 창조적 독점에 대한 옹호에 결코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습처럼 여겨왔던 경쟁은 선이고 독점은 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는 시기적절하다. 다르게 생각하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 피터 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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