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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구글에 검열할 권한을 주었는가

‘잊혀질 권리’ 후폭풍
등록 2014-08-30 15:23 수정 2020-05-03 04:27

지난 5월13일 유럽사법재판소가 내린 일명 ‘잊혀질 권리’ 판결 이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 역사적 판결로 환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사진)는 지난 8월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위키피디아 관련 행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검열’이란 평가를 내렸다.
웨일스는 “역사는 인권 중 하나다.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 중 하나는 권력과 힘에 의해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잊혀질 권리와 기억(=표현)의 권리를 대립시켰다. 엄밀하게 말하면 역사에 대한 권리 또는 기억할 권리란 존재하지 않지만, 웨일스의 주장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작지 않은 문화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미국 수정 헌법 제1조가 가장 강조하는 권리는 표현의 자유다.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유럽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기본 권리에 속하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유럽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한 사건일까.
이번 판결은 특정 인물에 대한 언론 보도를 온라인에서 삭제하라는 것이 아니다. 관련 보도가 구글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아일랜드의 유명한 은행강도 제리 허치에 대한 위키피디아 항목은 유럽 일부 국가의 구글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 이뿐이 아니다. 검색어로 제리 허치가 아니라 관련 사건(예: ‘Irish bank robberies’)을 입력할 경우 구글 검색 결과는 변함없이 제리 허치에 대한 위키피디아 항목을 보여준다. 나아가 구글은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웹페이지를 전세계 구글 검색 결과에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구글은 8월10일 웹사이트가 보안이 강화된 프로토콜인 HTTS를 사용할 경우 검색 결과 중 상위에 노출시킨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혹시 웨일스는 이러한 구글의 모습에서 미국 법과 구글에 의한 ‘검열’을 외칠 생각은 없을까?
이번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어쩌면 개인정보 보호에 있지 않다. 구글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유럽 법에 따른 규제를 받을 수 없다며 항변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의 유럽 내 기업활동은 명백히 유럽 법에 따라야 함을 명시했다. 구글은 자사 전자우편 서비스인 지메일 이용자의 전자우편 내용 중 ‘아동 포르노’ 내용을 걸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문제는 누가 구글에 이용자의 전자우편을 검열할 권한을 주었는가다.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모두 중요한 시민의 권리다. 이 권리를 지켜나가는 일이 시민의 몫이며, 시민이 만든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 미국 법을 방패로 삼는 구글이라는 기업이 아니고 말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

<font size="3"><font color="#991900">관련 디지털 텍스트</font></font>
위키피디아 설립자 “EU의 잊혀질 권리는 검열”
http://www.telegraph.co.uk/technology/wikipedia/11015901/EU-ruling-on-link-removal-deeply-immoral-says-Wikipedia-found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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