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Uber)라는 유령이 유럽에, 아시아에, 미국에 떠돌고 있다. 유령은 인간의 노동을 우버화하고 있다. 우버는 수요에 기초해 일자리를 중개하는 서비스의 대표주자다. 우버 비판가들에 따르면, 승객과 운전 노동자를 중개하는 우버 앱은 운전 노동자의 소득을 하락시키고, 노동자를 연금·의료보험·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 추방한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으로 일했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우버·에어비앤비(Airbnb) 등 이른바 공유경제를 비판하는 대표주자다. 그는 최근 ‘부스러기를 나누는 경제’ 등 일련의 글에서 4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우버에 고용돼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15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버를 통해 연결된(!) 운전 노동자는 자신의 자동차를 몰고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위험을 책임진다.
우버에 연결된 운전 노동자는 라이시 교수의 주장처럼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우버는 두 명의 학자에게 미국 운전노동 시장에 대한 용역 연구를 의뢰했다. 2015년 1월22일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우버에 연결된 노동자는 택시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와 비교해서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다. 우버가 발주한 연구 결과이니 전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 서울 또는 경기 우버 운전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2013년 서울시가 전하는 1년6개월차 법인택시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2600원이다. 2014년 한국 법정 최소임금인 521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2015년 처음으로 최소임금(8.5유로/9.6달러)을 도입한 독일 사회에선 택시요금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최소임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택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버에 연결된 노동자의 처지가 전통 택시 운전자의 그것보다 좋다는 근거는 없지만, 그 반대가 맞다고는 말할 수 없다.
노동자가 고용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의 우버화는 마르크스가 그리던 세상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다. 연결된 운전 노동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공급과 수요가 조절되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버를 통해 고용주로부터 자유로워진 노동자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아침엔 사냥하고 오후엔 낚시하고 저녁엔 가축을 사육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우버는 독점사업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글이 검색시장을,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를 평정하고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 효과에 기초한 경제는 독점화 경향을 보인다. 우버가 시장을 지배할 경우, 우버는 운전 노동자와 승객에게 가격 등 시장조건을 강제한다. 노동자는 시장을 독점하는 거대한 자본가, 그러나 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에 대화할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새로운 자본가 우버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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