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족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과 같은 것이기에 어렵다.” 넷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 경제학자 우석훈은 김수영의 시 ‘공자의 생활난’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불가능한 작전을 구상하는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왔다. 싱글 시대 일본의 고민을 담은 (우치다 타츠루 지음·김경원 옮김·북뱅 펴냄)와 한국 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우석훈 지음·한울아카데미 펴냄)이다.
‘참견 사회’에서 ‘원자 사회’로
에서 일본 사회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불황과 가족의 해체를 목도하며 “혼자 돈 벌고, 밥 짓고, 혼자 놀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누구도 자신에게 기대지 않게 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자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립해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전통적인 ‘참견 사회’에서 ‘원자 사회’로 변해버린 일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젊은 세대는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히고, 공생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린 개인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
우석훈이 그리는 한국의 모습도 비슷하다. ‘아버지들의 경제학’으로 이룬 나라가 자식 세대에겐 거의 물려줄 것이 없음을 아프게 짚는다. 한국 노동자가 일생 동안 저축할 수 있는 최대 액수는 6억원. 그중 2억5천만원이 주거비용으로,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3억원이 들어가고 나면 5천만원이 남는다. 누군가에게 물려주기는커녕 노후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지금 20대 청년들 중 많아야 절반, 아니면 3분의 1 정도만이 결혼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게토화된 빈곤형 싱글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혐오주의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 사회엔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는 혜택을 주고 미혼자들에겐 경제적 불이익을 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아빠 경제학’이 득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일 두 나라에서 나온 싱글들을 위한 작전은 비슷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혼자 못 사는 것도 공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하며 “자립이란 나 없인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늘리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는 실제 자신의 집 1층에 ‘개풍관’이라는 도장을 열어 무도 수련과 철학 공부를 함께 하는 학습 공동체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에서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미팅 시스템’을 비판하던 그는 전통적 방식의 중매까지 주선한다는 후일담이다. 앞서 나온 책 에서 보듯 그는 결혼이 사회적 약자로 머물지 않기 위해 청년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이미 ‘무자식 경제’로 들어섰다그렇다고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을 나무라며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가 될 것인가? 은 싱글이란 언제나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상태를 뜻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엔 결혼한 가구와 결혼하지 않은 가구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살아가게 될 사회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싱글 탈출을 원하는 남성은 ‘빵 굽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알뜰한 충고도 있지만, 최저임금과 청년 뉴딜처럼 역시 공공이 완수해야 할 작전들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무자식 경제’로 들어섰다. 전형적인 가족형 산업인 방송국형 산업이 하향을 시작했고 지방 소도시들이 장기적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청년 싱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위기가 있는 곳에서 해체가, 새로운 실체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최근 지역 토호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지역 공동체를 구출하려는 시도가 주로 귀촌한 싱글들한테서 나왔던 것도 예사롭지 않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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