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과 장나라가 다시 연애를 한다. (MBC)는 2002년 의 재탕이다. 최지우와 권상우도 다시 연애를 한다. (sbs)의 둘은 2004년 에서도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었다. 이 사이에는 2002년-2014년 월드컵 사이 선수가 감독이 되는 것과는 다른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를 보라. 옛날 8090을 주름 잡던 이들이 소환되고, 소위 아이돌은 나와서 옛날 노래를 부른다. 지난해 조용필이 돌아왔고 올해 GOD가 돌아왔다. 서태지도 곧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다. 올해는 이선희가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을 냈다. 그중 ‘그중에 그대를 만나’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노래를 처음 듣고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 노래 새 노래야? 리바이벌 아니야?” 그 이야기를 들은 이가 답했다. “나 이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지난 주말 가족 모임에서 들었다. 그 질문에 가족들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새 노래더라.”
그만 열거하자. 아참, 아이유가 최근 옛노래만으로 앨범을 하나 통째로 채웠다. 무수한 과거가 다시 현재로 복귀했다. 복고다. 당연한 질문이다. 대중문화의 창조력은 쇠했는가. 새로운 것은 이제 나오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 팝의 상황이기도 한 것 같다. 미국과 영국 팝의 종주국에서 오랫동안 음악평론가로 지낸 사이먼 레이놀즈는 그 문제를 가지고 책까지 냈다. 패션, 영화, 드라마 전반에 걸친 문화를 훑으려 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음악에 워낙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보니 (최성민·함영준 옮김, 작업실유령 펴냄)는 주로 음악을 예로 든다. 옮긴이는 맨 앞의 글에서 “워낙 시의성이 강한 저작이다 보니 옮기는 도중에 현실 상황이 변해버리지는 않을지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2년 사이에 우리 시대의 복고 경향은 그리 위축되지 않은 듯하다” 밝힌다. 원서는 2011년 발간되었다.
앞에서 열거한 것보다 훨씬 더 상세한하게 레이놀즈는 ‘레트로 풍경’을 읊는다(고딕체로). 복고 밴드, 회고 다큐멘터리, 편집 앨범, 리메이크, 매시업 신곡, 공연 재연, 복원, 오버더빙 제거 음반, 재결합, 미완성 앨범 완성, 고전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기, 코드진행 빌린 싱글, 이미 재결합한 밴드의 생존 구성원들 20년 만에 앨범 발표, 재결합 밴드 합동 순회 공연…. 숨이 막힐 정도로 빡빡한 복고의 나열이다. 1963년 생으로서 록음악의 황금기를 보낸 저자는 어린시절과 청년 시절을 회상하고, 자신의 수집열을 분석하는 글을 끼워넣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그는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디지털화된 음악 현장을 든다. 음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가치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까지 죄다 디지털화된다. 60년대에는 안드레아스 후이센은 이를 ‘토털리콜’(완전기억능력)이라고 했는데,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방대한 자료의 ‘즉시 접근 기능’이다. 마니악한 소수의 자료(복사하고 복사해서 지직거리는 테이프)가 모든 이에게 접근 가능해진다. 이 자료 속에서 사람들은 ‘영구적인 거의 결정 상태’ ‘지속적 불완전 집중’에 놓인다. 저자는 묻는다. “무한정이라는 조건에서 문화가 살아날 수 있을까.”
책은 가끔 과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해서 “하늘 아래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동서고금의 명언, “과거는 아름다웠어” 하는 지금 현재를 따라잡기 어려워하는 노년 혹은 중년들의 항변과 분간하지 어려울 때도 있다. “(1960년대에도 모방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달라진 점은 대놓고 모방하는 그룹이 상당한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등의 동의할 수 없는 사견도 있다.
책 만듦새가 주목할 만한데, 소프트커버인데 중철로 제본했고 본문 디자인에서 재미있는 시도들이 많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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