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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창의 메이커 양성이라굽쇼?

막오른 제조업 부흥 전쟁
등록 2014-07-05 15:43 수정 2020-05-03 04:27
최빛나 제공

최빛나 제공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Maker Fair)에 대한 뉴스가 지난주 해외 제작 관련 소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개인 자작물의 박람회가 백악관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은 흥미로운 상황들을 짐작하게 한다. 백악관 사이트의 ‘메이커 페어’ 소식을 보니 로봇 기린이 백악관 앞마당을 배회하고 3D 프린터로 뽑아낸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로봇 기린을 ‘미국의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메이커 페어’가 열린 6월18일을 ‘제작자의 날’로 칭송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말에선 이 행사를 유치해 새로운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이뤄내려는 국가적 비전이 읽힌다. 이런 기류에 화답하듯 아시아로 몰려간 공장들은 자국으로 귀환하고 있고 3D 프린터 같은 장비를 사용한 개인 제조·생산 역시 인기 있는 이슈다. 이러한 흐름은 제조업을 다시 핵심 경제 역량으로 삼으려는 여러 나라의 정책과도 동일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16일 디스코테크에서 가졌던 ‘선전 메이커 페어’ 공유회는 백악관 ‘메이커 페어’와 상당히 동일한 국가전략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이제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 특유의 야심과 덕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4명의 기술자와 개발자가 경험한 선전은 서울 용산의 몇십 배 규모의 전자단지였고, ‘무엇이든 생산해주겠다’며 문을 열었다. 짝퉁 정도로 이해하던 중국 특유의 카피 문화(산자이 문화)는 오히려 반체제적이며 변혁을 중시하는 해적 문화와 닮아 있었다. 그러한 해적 정신이 혁신의 큰 동력임을 잘 아는 젊은 기업가들은 ‘메이커 페어’를 통해 문화적 이벤트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노베이션 위드 차이나’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인이 생산수단을 가진다’로 요약될 변화들을 지켜보자니 참 복잡한 심정이 든다. 위계적·수직적 대량산업 사회를 벗어나 수평·협업·개방성에 바탕을 둔 소규모 생산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는 무대와 함께, 한편으로는 각자가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무대가 이제 우리가 살아갈 이중적 시장일 것이라는 예감. 또한 ‘정말로 개인이 생산수단을 가지게 될까?’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을 거 같다는 예감(몇 개의 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을 통해 형성돼가는 세계시장을 보라). 어질어질하다. 아마존은 이미 쿼드콥터(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소형 무인비행기) 배송 시스템 테스트까지 마쳤다는 뉴스에다 영국 의 로봇에 의한 자동 기사 작성 실험 같은 뉴스를 보고 있자니 노동이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나 하는 의문이 깊어진다.

그러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질문까지 하게 될…뻔하다가도 뭔가 시대의 흐름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한 이곳의 전근대적 상황을 보고 있으면 이건 뭐 열탕과 냉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느낌이다. 아참, 며칠 전에 정부는 ‘1천만 창의메이커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어머나, 매일매일이 멘탈 철사장 연마하는 이런 느낌이라니!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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