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샘 앨리슨은 라이베리아 고아원에서 4명의 어린이를 입양했다. 샘은 이미 4명의 자녀가 있었고 입양 뒤 1명을 더 낳았지만, 2006년에는 라이베리아에서 2명을 더 입양했다. 이런 사정이 있었다. 샘 앨리슨은 부인 시린 앨리슨의 부모인 캠벨 부부와 같은 농장에서 살았다. 캠벨 부부는 근본주의 교회를 지도하는 목사면서 자연주의적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가능한 한 아이를 많이 두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선교 여행을 다니다가 국제 입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캠벨 부부도 나중에 라이베리아에서 4명의 아이를 더 입양해왔다.
한 농장에 입양아만 10명. 그러나 국경을 뛰어넘은 대가족이 일상까지 사랑과 헌신으로 채우기는 어려웠다. 라이베리아식 영어나 관습은 일절 부정당했으며 자연주의 신봉자인 미국 엄마가 주는 생식 식단을 먹기 싫어하면 매를 맞았다. 학교에 가기를 바랐던 라이베리아에서 온 아이들은 대신 농장일과 빵굽기를 배웠다. 너무 배가 고파서 직접 칠면조나 거위를 잡아먹으며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아프리카로, 한 고아원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를 해칠 수 있을까? 종교적 선의라는 자기 열정이 어디에 파이프를 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뿌리의집 펴냄)는 한국전쟁 이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온 입양업계와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가 어떻게 국제 입양으로 이해관계를 맞췄는지 자세히 파헤친다. 부모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잠시 아이를 맡기도록 설득해서 불법으로 아이를 데려오는 일도, 입양 부모에게는 부모가 이미 죽었다며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일도 모두 거룩한 소명의식으로 포장됐다. 아이가 필요한 서구인들은 ‘입양 탐색가’라는 새로운 직업의 사람들을 고용하는데 2009년엔 900달러, 요즘엔 3천~4천달러를 내야 한단다. 물론 입양 수수료는 별도다. 에티오피아가 입양을 폐쇄하기 시작하자 우간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입양 대상자를 찾던 입양업계는 내전에 시달리는 총인구 300만 명밖에 안 되는 라이베리아를 세계 제8위의 입양 송출 국가로 키웠다.
국내 입양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혼모에게는 입양이 유일하게 윤리적 선택이라고 가르치는 복음주의적 신앙은 미혼모에게는 사회적 압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2009년 노트르담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입양이 더욱 많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서 낙태율을 낮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에서 찾은 해법은 입양이 아니다. 미국 통계는 미혼모의 아이 기르기가 급격히 늘어난 뒤 낙태율과 입양률이 모두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책을 쓴 미국 탐사전문 저널리스트 캐서린 조이스는 한국 입양아들과 미혼모들이 주장하는 ‘친생가족 양육 우선 원칙’을 대안으로 주목할 것을 권한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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