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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허영달, 김재중

등록 2014-05-28 16:03 수정 2020-05-03 04:27
SBS 화면 갈무리

SBS 화면 갈무리

연기돌의 또 다른 진화

김재중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 작품을 마친 KBS 김현중과 SBS 박유천이 생각났다. 이들은 2세대 ‘연기돌’의 대표주자다. 김재중과 박유천은 동방신기, 김현중은 SS501에서 활동한 바 있다. 정려원·황정음·윤계상 등 1세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자리했다면, 2세대는 아직 아이돌 후광에 빚지고 있다. 김재중을 보며 김현중과 박유천을 떠올린 것은 올해의 행보가 이들의 터닝포인트가 될 거란 예감 때문이다. 하나같이 순정만화 속 왕자님 같은 아이돌 이미지를 빌린 역할로 데뷔한 이들은 중간의 성장통을 거쳐 나란히 대작으로 컴백했다. 김현중과 박유천이 대작을 선두에서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중량감 있는 연기로 답했다면, 김재중은 앞에 선 이범수에게도 존재감이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진화를 보인다. 이미지 변신도 제일 파격적이다. 거친 남성미를 발산했던 김현중과 박유천이, 그럼에도 선하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유지한 데 반해, 김재중의 허영달은 순도 높은 양아치다. 유부녀와 밀회를 즐기다 팬티 바람으로 쫓기던 혼신의 도주 장면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각오가 비쳤다. 그러다 “꿈이 이뤄지는 거 봤어? 앵벌이 시절부터 꿈은 숱하게 꿔봤지. 근데 한 번도 현실이 된 적은 없어”라며 아픔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절제된 표현으로 슬픔을 배가시키는 걸 보면 확실히 연기도 성숙했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 스스로의 노력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부진을 겪는 연기돌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례가 또 하나 탄생하는 현장이다. 김선영 TV평론가


야성을 폭발시켜라

이제 아이돌이 불쑥불쑥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도, 그들의 발바닥 연기에 손발이 고사리가 되는 경험도 낯설지 않다. 더불어 그들이 그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내달리더니 진짜 번쩍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일에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김재중의 새로운 도전은 곱창전골집에서 웃통부터 까주시고, 용무늬 빨간 팬티에 맨발로 도로를 내달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분명 그것은 아이돌의 멋진 몸을 전시해 초반에 시청률을 잡아보려는 책략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무엇이 보인다. 김재중의 눈빛이 아주 좋다. 양아치 축에도 못 드는 쓰레기 짓을 하면서, “그게 겁나면 허영달이 아니지. 같이 죽자고, 그럼” 하고 허세를 떨 때. 석탄 가루 날리는 시커먼 사북의 흙구덩이에 파묻힌 채, 제발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 때. 저 잘생긴 청년이 밑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이 마음을 움직인다. 어쩌면 1990년대 후반 정우성과 이정재에게서 어떤 싹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물론 문제는 이제부터다. 형사 뒤에서 구원을 바라며 큰 눈을 껌벅거리는 동네 양아치, 야참 밥상 하나에 행복해하는 문간방 총각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진짜 남자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건가? 어떻게 야성을 폭발시킬지가 관건이다. SBS 의 손현주-박유천이 그랬던 것처럼 이범수-김재중의 진한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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