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해석의 게임이다. 짧게 짧게 끊어지는 경기 진행 속에 수많은 작전이 오가고, 인필드 플라이, 보크처럼 복잡한 규칙도 많다.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보니 관람자의 이해도도 높아, 투수의 구질에 대해서도 직구·변화구 식으로만 설명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어떤 스포츠보다 개인 기록을 중요시 여기는데, 국내 프로야구 30년 역사의 누적된 데이터와 통계만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최고보다는 최악의 조합이 먼저 떠오른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해설위원이 또렷하지 않은 발음으로 웅얼거린다. “아 저거 왜 저러죠. 저, 저거….” 의미 있는 단어란 없고, 전 소속팀에 대한 편파적인 마음만 도드라진다. 반대로 선수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해설위원에게 굳이 그때를 상기시키는 캐스터도 눈치가 없다. “저도 이승엽 선수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방금 공보다 조금 덜 나가서 장외홈런은 안 되었습니다.”
나의 캐스터 1순위는 한명재. 힘있고 안정된 목소리로 경기의 맥락을 잘 만들어내고, 결정적 순간에 샤우팅과 함께 길이 남을 멘트들을 전한다. “5 대 3, 끝났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LG의 18년의 기다림도 오늘 함께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캐스터에겐 이런 스토리텔러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해설위원은 이효봉 65%에 이순철 35%를 더했으면 좋겠다. 초보까지 배려하는 기본에 충실한 해설이지만 가끔은 신랄하게 선수의 잘못을 꼬집는 맛도 있었으면 한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야구에는 복잡하고 많은 규칙이 존재한다. 해설의 중요성이 가장 큰 스포츠 종목이 야구인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텔레비전으로 야구를 관람하는 팬들은 그날 경기의 재미를 좌우하는 것이 선수들의 플레이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야구팬들에게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기량, 그리고 조합은 중요한 요소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조합은 한명재 캐스터와 이순철 해설위원의 중계인데, 대부분의 야구팬들 역시 그러하리라고 확신할 정도로 이미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콤비다. 우선 한명재 캐스터는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야구를 능숙하게 오가는 높은 전문성과 명확한 중계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샤우팅’이 연관검색어로 뜰 만큼 정확하고 힘있는 발성은 명불허전이다. 공이 높이 멀리 뜨기가 무섭게 귀신같은 타이밍으로 ‘좌측 담장’이나 ‘우중간’을 외치는 그의 음성은 야구의 드라마지수를 몇 배로 높여준다.
그런가 하면 이순철 해설위원은 ‘모두까기’라는 별명답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직구로 던지는 속 시원한 해설이 강점이다.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 논란이 자주 일어나는 야구계에서 소신 있는 발언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미덕임이 분명하다. KIA 타이거즈의 수석코치를 맡으며 잠시 중계석에서 하차했던 이 해설위원이 복귀할 때 SBS 스포츠가 발 빠르게 영입에 나선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시원스러운 스타일이 서로 닮아 명쾌함을 배가했던 한 캐스터와 이 해설위원의 돌직구 조합을 볼 수 있었던 MBC 스포츠 플러스 시절이 아직도 그립다. 김선영 TV평론가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는다”…세종대로 메운 시민들
“자존심 무너져, 나라 망해가”…야당 ‘김건희 특검’ 집회도 [영상]
‘윤 정권 퇴진 집회’ 경찰·시민 충돌…“연행자 석방하라” [영상]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던 윤, 스스로… [그림판]
이시영, 아들 업고 해발 4천미터 히말라야 등반
“비혼·비연애·비섹스·비출산”…한국 ‘4비 운동’ 배우는 반트럼프 여성들
금성호, 고등어 너무 많이 잡았나…해경 “평소보다 3∼5배 추정”
“잘못 딱 집으시면 사과 드린다”…윤, 운명은 어디로 [논썰]
청년들도 총궐기 “2년 반 만에 20년 망가져…윤석열 퇴진하라”
불과 반세기 만에…장대한 북극 빙하 사라지고 맨땅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