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는 나가주세요. 소리 지르는 아이는 나가주세요… 기저귀 절대 갈지 마세요.” 좁은 카페나 식당에서 자기 아이들이 요란하게 뛰어노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 ‘무개념 맘’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다. 아예 아이들의 출입을 금하며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선언하는 곳까지 생겼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TV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극진한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MBC), (KBS)는 이미 절대적인 사랑 속에 국민적인 스타 어린이들을 탄생시켜왔다. 여기에 (KBS), (SBS)가 좀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어리광을 피우고 있다. 잠정 합계출산율 1.19명이라는 극도의 저출산 시대다. 이만큼이나 아이 키우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어째서 TV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맥을 추지 못하는 걸까? 정답은 질문 속에 뒤집힌 채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현실 속의 아이 키우기가 버거우니까, TV 속의 아이들을 갈망하는 거다.
증조할아버지의 시골집에 놀러와 태어나서 처음 고추를 먹어보게 된 24개월의 아이. “날 속였어.” 입안의 고통보다 마음의 아픔이 큰 건지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어느 꼬맹이는 아빠랑 여행 와서 날씨가 나쁘다고 “이게 뭐야”라고 대뜸 화를 낸다. 하지만 금세 낯선 숙소에서 엄마 없이 정신없이 놀더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 잠든다. 그걸 바라보며 우리는 분명히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떠올린다. 성인 인간은 그렇게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TV가 발명되기 전에는 말이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육아예능의 본질은 육아노동의 고충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자상한 부모를 내세워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설파하는 데 있다. MBC 를 비롯해 KBS 와 , SBS 등 대표적인 육아예능을 보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핵심적 서사임을 알 수 있다.
대중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이지만 프로그램이 긴 시간을 통해 일관되고 진지하게 그려나가는 것은 아이를 통해 비로소 완전한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드라마, 이른바 부모의 탄생기다. 즉, 기획 의도에서부터 ‘초저출산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언급하는 처럼 대놓고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육아예능은 불완전하고 미숙한 어른들을 겨냥한 출산 장려 프로젝트 기능을 은밀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연예인 가족을 보며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또 한편에선 육아 현실의 그늘만 확인하는 이들도 있다. 비용과 시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연예인조차 온 가족이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 육아인데, 일반인의 고충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인이 아이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퀴즈 육아예능 tvN 같은 노골적인 속물 프로그램은 육아예능이 결코 보여주지 않는 현실의 다른 단면을 비추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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