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달콤한’ 그 제목에 이끌려 채널을 맞춘 사람들이 제법 있으리라. 또 그 때문에 달아난 사람도 없지는 않을 거다. 에일리와 연예인 친구들의 미국 뉴욕 생활을 그린 의 뒤를 이은 프로그램이라 그런 편견은 더 강했다. 그런데 함정이었다.
딱 5회차에 나오는 그 상황과 닮았다.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800일이라며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 데려가더니 화장실에 간단다. 여자가 소리친다. “이상한 거 하지 마!” 아니나 다를까. 웨이터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케이크를 들고 온다. 여자는 웃음이 터진다. 케이크를 마구 뒤진다. 그런데 반지는 없다.
그럴싸한 직업과 외모를 가진 도시녀의 삶을 리얼하게 그린다면서 온갖 판타지를 덮어씌울 것 같은 프로그램.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정말 방송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기획의도’를 따르고 있다. 마냥 행복하거나 짜릿하지만은 않은, 일하며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직장 동료와 점심을 시켜먹은 뒤에는 칼같이 n분의 1, 없으면 계좌이체다. 소개팅 남자는 솔직히 자기에게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없다고 무책임하게 고백한다. 결혼을 앞두고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니, 냉혹한 질문지를 던진다. 집은 어디로 구해?
딱 이 도시에 사는 그녀들의 이야기다. 한데 그 리얼함이 우리의 눈과 귀를 붙잡을까? 가장 걸리는 건 혀 짧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이다. 만약 의 그 목소리였다면 어땠을까?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는 남성들의 서사가 예능을 장악하고 드라마는 여성적 자의식을 대변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들의 희소한 목소리를 내세웠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 의미만으로 이 프로그램의 많은 단점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그녀들의 모습이 정말 우리 시대 여성들의 자화상인가, 하는 의문이다. 서른 즈음의 여성들을 등장시켜, 그 시기를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나이로 정의하면서도 주인공들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 한정돼 있다. 프로그램 제목과 구성에 영감을 제공한 동명 소설 가 주인공들의 방황에 한국의 ‘서른 살 여성’에게 가해지는 나이주의나 자기관리 같은 사회적 압박을 반영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가령 영어강사 최정인의 다이어트 부담은 그것을 강요하며 성희롱 언사를 서슴지 않는 남성 상사나 악성 댓글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없이 시트콤처럼 묘사되고, 결혼 날짜를 확정한 예비신부 임현성은 예비신랑의 프러포즈를 기다리거나 그의 애정 표현에 서운해하는 수동적 존재처럼 비친다.
과체중 노처녀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상처받으면서도 의연하게 맞서고자 노력하고, 결혼을 연애의 완성으로 정의하지 않았던 MBC 이 벌써 10여 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것은 명백한 퇴보다. 그녀들의 모습은 이 시대 여성들의 진정한 자화상이라기보다 페이스북에서 자주 마주치는 프로필 사진을 더 닮은 듯하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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