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환자. 한 사람 안에 7개 인격이 들어간 해리성 인격장애라니. 이거야, 10명의 인격이 한 호텔로 들어가 서로 죽이려 난리를 치던 영화 가 떠오르네. 해결만 할 수 있다면 의학사에 길이 남겠지만, 너무 위험성이 높고 과연 해결 가능한지조차 모르겠다. 다음으로 환자. 2개 정도의 인격이라면 그래도 다룰 만한데, 이건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의 매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들의 판타지 아닌가? 현빈의 얼굴을 한 두 남자와 불륜 아닌 불륜을 즐길 수 있으니 적당히 놔두는 건 어떨지?
마지막으로 대인기피성 안면홍조증 환자인 (사진). 나의 선택은 이쪽이 아닐까 싶다. 흑심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오해는 접어두시라. 그냥 여성 환자가 아니다. 빨간 볼이 너무 잘 어울리는, 현재 로맨틱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는 정점이라 할 만한 최강희다. 최강희에겐 이런 종류의 역할이 “또야?” 싶기도 하다. 하지만 첫 회부터 헬멧 속에 얼굴을 감추고 풋풋한 사랑의 기운을 풍기며 좌충우돌하는 매력을 뿜어낸다. 요즘 여자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건어물녀가 된다는데, 이렇게 파릇한 연애 감성을 꼭꼭 다져둔 여성을 만나기가 어디 쉬운가? 게다가 대인기피에서 서서히 벗어나 맨얼굴 맨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게 만드는 정도는 현실적인 치료도 가능하지 않나? 의사로서 또 남자로서 충분히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고, 그렇게만 되면 일거양득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잘 고쳐놓으면 딴 남자에게로 포르륵 날아가긴 한다. 여성들이 더 잘 알 거다. 전 남친 자식, 사람 만들어놨더니….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로맨틱코미디의 새로운 금맥 다중인격 소재는 치유보다는 남주인공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수목극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와 의 성격은 정신의학을 진지하게 다룬 가 아니라 에 더 가깝다.
에서 도민준(김수현)이 이웃집 남자와 먼 은하계의 외계인이라는 이중 신분을 오가며 여러 얼굴을 보여준 이후, 로맨틱코미디의 남주인공들은 더 다양한 매력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에서 여주인공 오리진(황정음)을 사이에 두고 주인 격인 젠틀남 차도현(지성)과 제2인격 짐승남 신세기(지성)가 대결을 펼치고, 에서 까칠남 구서진(현빈)이 또 다른 인격인 자상남 로빈(현빈)과 여주인공 장하나(한지민)를 놓고 삼각관계를 펼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남성에게서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원하는 여성 판타지가 지금의 다중인격 로맨스 유행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다중인격은 치료 대상이 아니라 단지 길들임의 대상인 것이다. 여러 얼굴이라 사랑스럽지만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원하는 대로 길들일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황홀한 판타지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다중인격 드라마에 필요한 건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조련사다. 의 여주인공이 조련 기술을 지닌 서커스 단장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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