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사극은 기본적으로 패러디다.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구조 속에 들어가 엉뚱한 일을 벌여야 한다. 그 틀이 단단하고 엄격하기 때문에, 거기에 뭔가를 넣어 그럴듯하게 만들었을 때 무릎을 치게 하는 거다. (사진)는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돼온 소현세자의 이야기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엮었다. 박달향(달타냥), 소현세자(아토스), 허승포(포르토스), 안민서(아라미스) 등 설정상의 이름부터 확실한 패러디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싸함’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무과의 마상 활쏘기 시험에서 달향이 잘못 쏜 화살에 말이 난동을 일으키는 장면 등 공들인 촬영에 볼거리는 많지만, 그 세부가 뭔가 헐겁다. 왕과 세자가 위협받고 있는데, 히어로급 되는 총사들이 멀뚱히 구경만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 과거를 보러 온 유망주 유생들을 폭행한 자들을 추격하는 장면에서도 총사들의 동기나 추적의 동선이 엉클어져 있다. 달향은 미령을 태우고 달아나는 말에 민망하게 신발짝을 던지더니, 또 세자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뒤늦게 말을 타고 따라잡는다. 액션의 디테일에도 개연성이 필요하다.
어쨌든 두근두근한 로맨스의 설정은 여성팬들을 붙잡으리라 본다. 달향의 첫사랑인 윤서가 세자빈이 되고, 세자의 첫사랑인 미령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서 나타난다니,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하나 소현세자의 독살 이야기가 얼마만큼 새롭게 해석될지는 미지수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올해만큼 사극이 대중문화를 장악한 해도 드물다. 상반기에는 MBC 와 KBS 이 화제더니 하반기에도 KBS , MBC , tvN 등 대작 사극이 연이어 등장했다. 아직 사극을 방영하지 않은 SBS에서도 한석규·이제훈 주연 이 대기 중이다. 에 초토화된 극장가는 말할 것도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심해지는 사극의 판타지화다. 는 가상의 왕을 내세웠고 는 뒤마의 원작을 인조시대로 배경만 바꿨다. 과거 MBC 과 같은 퓨전 사극이 역사 속 한 줄 기록에 의존한 허구의 이야기였음에도 역사적 세계관을 유지했다면, 요즘 판타지 사극은 세계관이라는 것이 사라진 무중력 세계에 가깝다. 이야기에 유일한 구심력이 있다면 오락성뿐이다.
가령 의 조선은 로맨스와 칼 든 액션을 보여주는 색다른 배경에 불과하고, 는 “조선과 명·청 교체기의 혼란했던 중국을 오가며 펼치는 호쾌한 액션 로맨스 활극”을 위해 소현세자 스토리를 끌어들인 것뿐이다.
신선한 상상력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야생성을 나타내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히고 크레용팝의 를 국악으로 연주하는 것을 퓨전 사극의 재기발랄함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들 작품의 현주소다. 그래서 판타지화라는 말보다는 오락화가 더 정확하다. 문제는 그처럼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재미조차 줄 수 없다는 것이겠지만.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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