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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펴냄), 책 제목이 참 소박하다. 히틀러에 관한 많은 이야기에 그저 몇 가지 주석을 덧붙인다는 의미라니. 겸손한 이 책을 향한 관심은 뜨겁다. 역사학자 골로 만, 히틀러 연구가 요아힘 페스트 등이 격찬하고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틀러 관련 서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역사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하프너가 쓴 이 책은 256쪽 분량에 생애·성과·성공·오류·실수 등 7개 키워드로 나눠 아돌프 히틀러의 생애, ‘히틀러 현상’의 배경과 영향 등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지은이는 히틀러의 56년 생애를 ‘결핍’이라는 열쇳말로 설명한다. 히틀러는 실업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미술아카데미 입학시험에도 떨어진 뒤 18살에서 25살까지 직업도 없이, 바라는 것도 없이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다. 그의 개인적 삶은 너무 빈약하고 위축돼 있었다. 심지어 자기 비판 능력이 결여돼 있고 평생 동안 자기 자신에만 푹 빠져 지냈으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애 마지막 날까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그렇다면 결핍과 결여로 똘똘 뭉친 히틀러가 어떻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을까. 지은이는 히틀러 현상을 떠받쳐준 게 바로 ‘경제 기적’이라고 주장한다. 히틀러가 제국의 총리가 된 1933년에 독일에는 600만 명의 실업자가 있었지만 불과 3년 만에 완전고용이 이루어졌다. 그가 총리로 있었던 6년 동안 독일의 ‘재무장’과 ‘군비 확장’도 이뤘다. 현대적인 무기도 공군도 없이 그저 10만 명의 군대뿐이던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막강한 군대와 공군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히틀러의 그릇된 세계관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바탕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참극인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무참히 학살한다. 히틀러는 그 당시, 유대인이 아리안을 파괴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히틀러를 지은이는 “대량 학살을 행한 범죄자”라고 정의한다. 군사적·정치적 목적도 없이 오직 개인적 만족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서 히틀러는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드로스보다는 차라리 연쇄살인범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히틀러가 죽고 전쟁이 막을 내린 뒤 세계는 히틀러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됐다. 유대인들은 그토록 염원했던 조국을 세웠고, 유럽 제국주의는 완전히 몰락하고, 미국과 소련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독일은 죽음과 황무지만을 안은 최대 피해자가 됐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분명히 히틀러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히틀러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히틀러에 대한 핵심만 콕콕 짚어준 ‘다이제스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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