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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기묘했던 것은 마이크 타이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풍경이었다. 링과 감옥을 오가던 그 야수가, 49살의 중년이 된 지금 SNS를 통해 평범한 일상의 사진을 업로드하는 풍경은 소박한 스펙터클로 다가온다.
전성기 시절 타이슨은 링 위에선 인류 너머의 인류였고, 링 밖에선 인간 이하의 인간이었다. 미인대회 참가자를 성폭행한 파렴치범에다 상대 선수의 귀를 물어뜯은 흉악범인 이 야수가, 규칙에 따라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링이었다. 피바람 불던 청춘이 지나간 지금, 타이슨은 SNS로 세상과 소통하며 소소한 일상을 중얼거리는 소박한 어른이 되었다.
‘위대한’이라는 야구선수가 있었다. 185cm, 100kg의 거구이자 부산의 야구 명문 고등학교의 에이스이며, 전국대회 28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으로 메이저리그가 스카우터를 파견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교야구의 에이스는 부산의 밤을 평정한 거리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급기야 2003년엔 일명 ‘퍽치기’ 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했다. 개인적 탈선이 아니라, 타인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한 계획적이고 야만적인 범죄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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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과거 탓에 연고지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위대한을 거둔 사람은 SK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2007년 SK는 위대한을 신인 지명했고, 그는 김 감독의 지도 아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프로선수로 조련되고 있었다. 그리고, 위대한의 과거가 네티즌들에 의해 폭로되기 시작했다. 위대한은 “과거의 잘못을 모두 후회하고 반성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라고 참회했으나, 대중의 동의를 얻기엔 죄질이 너무 나빴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프로에 데뷔하지 못한 채 그 겨울의 끝 무렵 숙소를 이탈했고 야구를 떠났다.
지난해 3월. 부산지검 강력부는 폭력조직 신20세기파의 조직원들을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관련 뉴스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위아무개(24)씨’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야구를 떠난 지 6년 만에 위대한은 조직폭력배가 되어 수갑을 찬 모습으로 나타났다.
타이슨에게 링이 그랬듯이, 위대한이라는 야수가 규칙을 배우며 이성으로 야만을 통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은 마운드였을지 모른다. 아마 야구를 계속했더라도 그에겐 어두운 과거의 꼬리표가 평생 붙어다녔을 것이고, 그건 그를 평생 반성하게 했을 것이다. 투수로서 그는 직구도 슬라이더도 아닌 오직 ‘속죄투’라는 단 하나의 구질만을 던져야 했을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더욱 슬픈 것은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이슨이 그의 SNS에 남긴 말이다. 야구를 사랑했으나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퍽치기 소년. 혹시 야구를 통해 반성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적어도 세상에 조직폭력배 한 명쯤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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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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