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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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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호날두의 시대’!

새로 쓰이고 있는 스페인 리그 역사
등록 2015-01-24 18:04 수정 2020-05-03 04:27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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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술중독자, 형은 마약중독자였다. 어머니는 청소일을 하며 가계를 책임져야 했다. 4남매 중 막내인 소년은 초콜릿을 원없이 먹는 게 소원이었다. 소년이 치워야 했던 쓰레기통 수레에 친구들은 ‘페라리’라 적어놓곤 “쟤 페라리 몰고 간다”며 놀려댔다. 소년은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두고 봐, 언젠가 내가 진짜 페라리를 탈 거야.” 20년 뒤. 서른 살이 된 소년의 고향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푼샬에는 소년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렇게 먹고 싶던 초콜릿을 먹으며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도 하고, 진짜 페라리를 가진 것은 오래전 일이다. 소년의 이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호날두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존재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헌신적인 선수 박지성은 맨유 초기에 공격 일변도의 호날두보다 더 많이 중용됐고, 그때의 호날두는 한국 팬들에게 ‘개인기만 좋은 이기적인 선수’에 불과했다. 그 뒤 호날두의 진화는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하다. 각성한 호날두는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 단일 시즌 최다인 31골을 기록했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에는 가공할 마무리 능력을 장착한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어 스페인 리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최고인가?”는 닭과 달걀의 선후 관계에 대한 의문만큼이나 어리석은 질문이다. 메시가 작은 몸으로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상대를 잘근잘근 찢어버린다면, 호날두는 엄청난 육체적 능력과 발군의 스피드로 상대를 부숴버린다. 둘 중 누가 최고인가는 그저 취향의 문제다. 다만 최근 축구팬들의 취향은 상당 부분 호날두에게 넘어간 듯하다. 이번 시즌 리그 16경기에서 26골이라는, 1경기당 1.6골을 기록 중인 만화 같은 파괴력은 여느 한국 군대 병장들의 골 기록에 맞먹는다. 졸지에 스페인 리그를 ‘군대스리가’로 만들고 있는 호날두는 지금, 메시가 기록한 스페인 리그 한 시즌 최고 기록인 50골을 향해 전진 중이다.

호날두의 진화는 비단 축구에만 있지 않다. 잘생긴 외모로 곧잘 섹스 스캔들이 터지던 악동이지만 그는 매년 헌혈을 하기 위해 문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향마을의 이재민들에게 거액을 쾌척하기도 했고, 아동구호단체와 전세계 기아 어린이들을 지원 중이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3천만달러를 기부했고, 공익광고엔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교 설립과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에 거액을 기부하기도 한다. 신이 된 호날두는 어떤 경우에도 가난했던 유년을 잊지 않고 세계와 호흡하려 노력한다.

지난 1월12일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상을 2년 연속 받았다. 여전히 그는 훈련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다. 누군가는 비틀스의 시대를 살았고 누군가는 마이클 조던의 시대를 살았지만, 호날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이 부럽지 않다.

김준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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