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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선수를 만든다

사도스키의 한국 선수 생활 가이드
등록 2015-04-11 19:42 수정 2020-05-03 04:27

지난 1월12일부터 3일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재미있는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국제 야구 컨설팅 전문업체인 GSI는 처음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한국 야구와 문화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기획했다. 이 세미나의 강사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3년간 투수로 활약한 라이언 사도스키가 맡았다. 사도스키는 한국 생활 중 통역 없이도 간단한 한국어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의 신묘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한국을 떠난 뒤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어로 팬들과 소통하던 ‘한국통’이었다. 사도스키는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어로 말이 아니라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선수였다.

이 세미나의 프로그램이 꽤 재미있다. 팬들의 열기와 응원가, 올림픽 금메달 장면과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관객의 모습 등 한국 야구를 소개할 때 으레 보여주는 홍보영상의 수준이 아니다. 이 세미나에서는 한국에서 선후배 관계의 중요성, 감독에게는 모자를 벗고 인사할 것, 선수의 이름과 포지션을 한국식 발음으로 익힐 것, 한국의 음식과 회식 문화, ‘나이트클럽’과 ‘클럽’의 차이, 미디어 대응법과 SNS 사용시 주의점은 물론, 선수의 배우자까지 초대해 장보기에 대한 안내까지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한국 생활에 대한 최고 수준의 가이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신생팀 KT의 창단으로 10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야구계에서도 미국, 일본에 이은 세 번째 대형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이 철폐되면서 좋은 선수를 수급하기 위해 각 구단은 연간 수백만달러의 지출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이전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리그를 ‘잠깐 돈 벌러 오는 곳’이라거나 ‘일본 리그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인식하며 태업과 도주(?) 등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던 모습은 리그의 추억을 훼손시킨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물론 한국 리그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에 비해 수준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리그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역사와 추억과 감동으로 운영되는 한국인들의 놀이터다. 한 국가의 리그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알려주며 먼저 그 나라를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사도스키는, 그래서 참 고마운 존재다.

올 시즌 롯데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3명은 롯데 전력의 절반이다. 한국어 사전을 구입한 짐 아두치는 언제나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LA 다저스 커쇼의 ‘절친’인 조시 린드블럼은 승리투수가 된 뒤 훌륭한 인터뷰를 보여주었으며,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을 펼친 브룩스 레일리는 늘 매너 있는 모습으로 동료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사도스키의 세미나에 가족과 함께 전원 참석한 유일한 용병들이다. 세미나가 끝난 뒤 사도스키는 롯데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터로 발탁되었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 전에, 한국 야구를 존중하는 방법을 먼저 익힌 이 4명의 외국인이 만들어갈 1년이 흥미롭다.

김준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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