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쉽게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스포츠 기사를 작성하는 방법은 박주영을 비판하는 것이다. 박주영의 부진과 그의 행보를 조롱하는 기사를 쓰면 그에 동의하는 인터넷 댓글 100개는 기본적으로 깔아놓고 시작할 수 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이후 축구선수 박주영은 감당하기 어려운 여론의 공격을 견뎌야 했다. 이 정도로 잔인한 전 국민적 비난과 조롱을 받는 것은 국가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 이전에, 한 인간의 지옥이었다. 축구팬들의 원성이야 그렇다 해도 이에 편승해 기사의 질은 물론 기자의 인격까지 의심케 하는 저질 기사를 난사하는 3류 기자들도 정체를 드러냈다. (도대체 네티즌들의 농담을 가져와 ‘원따봉’ 등의 제목으로 박주영의 기사를 쓰는 곳까지 언론이라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전순예
나는 이 지면을 통해 몇 차례 박주영의 입장을 변호해왔다. 그리고 (박주영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여론의 조롱을 견뎌야 했다. 그러니까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박주영은 함부로 ‘변호’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모두가 박주영을 조롱하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모두가 박주영을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박주영 본인이 자처한 부분이 크다. 오래전부터 야기된 일명 ‘통수’ 논란과, 병역 문제에 대한 명쾌한 정황 설명 없이 침묵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방법은 한국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월드컵의 결과로 그 모든 비난을 잠재울 기회가 주어졌으나 실전 경험이 무뎌진 30살의 스트라이커에게 월드컵은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이후 박주영에 대한 비난은 커져만 갔고, 여전히 유럽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의지조차 조롱의 대상이 됐으며, 심지어 자신과 무관한 다른 선수에 대한 기사에서까지 이름이 호출돼 단두대에 올라야 했다. 한국 인터넷 여론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는 바지만, 이 정도 유례없는 마녀사냥은 선수 개인의 정신적 붕괴까지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박주영이 K리그로 돌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의 계약을 해지하고, 결국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 시작됐던 한국 리그로 돌아와 친정팀인 FC 서울의 스트라이커로 복귀한다. 어쩌면 박주영이 다시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자신을 향해 동원 가능한 모든 발톱을 세우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진정한 반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돌아온 박주영에게 어떤 수치상의 기록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박주영이 어떤 선수인지를, 왜 사람들이 지난 10년간 그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사의 중요한 순간들에 왜 박주영이 있었는지를 증명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를 비난했던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항변하고, 그를 이용해 조회 수를 높인 기자들에게 복수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축구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10년 전 상암을 지배하고 수비벽을 파괴하며 전진하던 20살 박주영(사진)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축구팬의 희망이다. 결국 축구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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