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의 하루 세끼 맛난 밥에 기대어 살기에 내게 작업실이 있듯이 아내에게 멋진 유리온실을 지어주고 싶다.” 지난해 7월 제970호 글(비닐하우스 온실 만들기) 마지막 문장을 나는 지난겨울 내내 석 달에 걸쳐 행동으로 옮겼고 아직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러나 나의 이번 작품(?)은 서양 잡지책에 나오는 사치에 가까운 고급스런 유리온실이 아닌, 환경을 생각한 무가온(無加溫) 반지하 온실이다. 지난 십 몇 년간 비닐하우스 온실은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몇 년에 한 번씩 비닐을 갈아주는 것도 수고였지만 한겨울 영하 20℃까지 내려가면 애지중지 키우던 식물들이 하룻밤 새에 결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담요도 덮어주고 나름 선방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한 방’이 문제였고 자연의 ‘한 방’에 대한 최대한의 대비는 겸양이어야 함을 나는 후쿠시마 이전에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목표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어떤 조건에서도 빙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자연친화적 온실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서양 사람들이 ‘핏’(Pit)이라고 부르는 반지하 온실이었다. 이 아이디어의 기본은 이른바 움집 비닐하우스라고 해도 될 것이다. 땅을 1m 정도 파고 들어가고 파낸 흙으로 북쪽에 벽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비닐이나 형편이 되면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으로 덮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 중국 산둥 지방의 드넓은 벌판에 셀 수 없이 많은 이런 형태의 비닐하우스를 본 경험이 있었고 그때부터 머리 한구석에 기억에 의존한 메모를 해두었다. 언젠가는 한번 실험하리라고 마음먹고 채마밭의 한구석을 남겨놓은 지 이미 10여 년이 되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곳 생활이 힘에 부쳐 주변 환경 정리와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 노년의 미래에 대한 판단으로 (아내의 오랜 소원을 들어준다는 핑계하에) 청말띠인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환갑 선물로 일을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틈날 때마다 계획을 세우고 이것저것 자료를 모아 읽었지만, 항상 그러하듯이 막상 작업에 돌입하니 ‘이거 괜히 사서 고생이네. 욕심 버릴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공정의 80~90%가 끝난 지금 우려는 바라보는 즐거움과 다가올 겨울에 대한 기대로 바뀌었다. 한여름 장마를 지나봐야 알겠지만 실험은 일단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는 적잖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보온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일종의 투명 플라스틱인 이중 폴리카보네이트 값이 만만치 않았고 온실 프레임으로 사용할 목재를 비롯한 자재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돌이켜보니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내가 알게 모르게 적용한 몇 가지 방식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한 방식은, 내가 왜 온실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 좀 거창한 표현을 쓰자면 철학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내 삶의 방식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지불할 것은 지불해야 한다고 여겼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를 전문 시공업체에 일괄로 맡기지 않고 내가 전 공정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이었다. 전문가의 견해를 청취하되 내 원칙은 고수하는 유연한 원칙주의를 택하면 비용 거품도 빼고 내가 견지하는 미학적·실용적 관점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은 가장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만 전문가에게 의존하고 나머지는 시간 나는 대로 천천히 가족이 합심해 놀이 삼아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 함으로써 인건비도 줄이고 노동 여가의 즐거움을 갖는 것이다. 이 방식들을 다음호에 축약해 소개할 것이다.
하여간 지난 석 달의 노동은 한겨울 가장 추운 시절에 시작해 봄마중 하는 시기에 대충 끝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시멘트 모르타르를 개서 지하 온실의 벽면에 돌 축대를 쌓았고 목공 작업하느라 나무 먼지도 적잖이 마셨다. 물론 핑계 삼아 막걸리도 꽤나 마셨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는 어느 시인의 말을 절감한다. 벌써 봄이다. “연습 없이 태어나 훈련 없이 죽는, 두 번은 없는” 인생이니 이렇게 즐기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강명구 아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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