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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역사를 서술하는 작업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현대사가 담긴 역사 교과서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고, 역사상 최초의 원거리 전투병력 파병이었던 베트남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제대하지 못한 늙은 ‘노병’들이 격한 시위를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진실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게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출발점일 수 있다. 거기에 어느 한쪽에서 ‘저쪽’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은 사람이 현대사를 기록한다면 믿음이 조금 더 실릴 수도 있겠다. 을 비롯해 ‘한권으로…’ 시리즈로 독자에게 친숙한 박영규는 그런 점에서 적임자일지 모른다. 그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17대 이명박까지 10명의 대통령과 그 시대를 엮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펴냈다.
역사를 기록하는 데 기준점과 해석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전 역사실록에서 왕이 중심이 된 기록에 뿌리를 뒀던 그는 새 기준점을 잡았다. 보수도, 진보도 딴죽을 걸 수 없는 헌법 제1조다. 이승만의 집요함으로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됐고, 어떤 개인사와 성향을 가진 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나라 전체가 휘청인 탓에 인물 서술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거기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주요 사건과 주변 인물들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 생동감 있게 담은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반면 해방과 정부 수립, 박정희 시대에 비하면 독자들이 기억하는 오늘에 가까워질수록 성긴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쉽다.
저자 박영규는 이전의 방대한 기록물에서 고갱이를 추려내 덤덤하고 냉철하게 서술하면서도 역대 대통령의 시대에 대한 ‘20자평’을 남겼다. 박정희 시대는 “군홧발에 짓눌린 어둠 속에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발이 부르트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광기 어린 질주의 세월”이라고 표현했다. 전두환 시대는 “한마디로 조폭 통치”라고 했고, 김대중 시대는 “경제위기의 절망 속에서 시작되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의 햇살을 안은 채 월드컵 4강의 감격으로 막을 내렸다”고 평했다. 그에게 노무현 시대는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화합을 실현하기 위한 총체적 실험무대”였고, 이명박 시대는 “경제만 강조하다 사람의 길을 잃고 4대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끝난 시대”였다.
5년 뒤 발행될 개정증보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는 어떻게 기록될까. 아직 4년이나 남아 만회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저자의 기준으로 지난 1년의 연장선을 그으면, 박근혜 시대는 “‘말이 안통하네뜨’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불통의 시대였으며 수십 년을 거슬러 무모하게 ‘유신의 꿈’을 재현하려 한 퇴행의 시대”로 기록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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