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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은 운명이다. 문학의 이 오래된 명제는 성격은 운명처럼 타고나는 것이란 말도 되지만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뜻도 된다. 특출하고 뚜렷한 캐릭터를 지닌 이들은 어떤 시공간에서 태어났대도 결국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 아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사는 맥베스나 스칼렛 오하라를 상상하기 어렵다. 프랭크 슬레이드(의 알 파치노 배역)나 소마(의 저우룬파 배역), 혹은 정청(의 황정민 배역)도 마찬가지다. 너무 튀고 강렬하고 매력적이어서, 환경의 결과이며 역사의 필연이었다고 명쾌히 말해버리기 어려운, 그저 운명적으로 그런 성격을 타고나서 운명처럼 그렇게 살고 갔다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쉬운, 그런 인물들이다.
의 주인공도 바로 그런 캐릭터다. 맘 졸이며 고생한 끝에 안락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게 된 사람이, 그것도 중년의 가장이, “법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마디로 빛줄기 같은 충격과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서 힘들게 얻어낸 것들을 포기한 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고생하셨다고 국밥집 모자에게 돈이나 좀 보태주면 충분히 좋은 사람 노릇일 텐데, 진행되던 일을 버리고 일신의 안위마저 걸며 변호에 나선다. 이 모든 것이 상식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심지어 그것이 한 번의 영웅적 일화로 끝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설득력 떨어지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디테일은 다소 다를지언정 실은 실존 인물이었다는 걸 우리는 알기에 도저히 감당이 어려운 127분이 된다. 과거의 기억들과 얽히면서, 우리의 상실이 정말 어떤 상실이었는지를 새삼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추궁하던, 진정성의 폭발 같던 목소리, 혼자서 “이의 있습니다!” 외치던 기개,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리한 땅에서 떼던 발걸음은 너무나 무모하고 당당해서, 고인의 생전 어느 연설에서처럼, “모난 돌이 정 맞”고 “지배 세력에 맞서면 멸문지화를 당”해온 대한민국에 있을 법한 인물이 도저히 아니었다.
고인을 떠나보내던 서울시청 앞 노제에서 수많은 이들이, 심지어 그분과 정견이 많이 달랐던 사람들조차 그리도 눈물을 쏟은 것은, 작품의 주인공으로나 겨우 만날 만한 강인하고 매력적인 인물을 이제 정말 영원히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극히 순수하고 씩씩했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우리 생전에 다시는 이런 주인공을 못 볼지 모른다는 직감이 다들 가슴속에 폭발물의 파편처럼 날아와 박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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