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내전, 기아, 에이즈, 커피, 다이아몬드.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앙상하다. 마치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 모습처럼. 아프리카를 향한 우리의 눈길은 동정 또는 외면을 오고 갈 뿐이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중동과 아랍권이 우리의 시야에 포착될 때도, 여전히 아프리카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물론이거니와 학문적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마디바’의 부음이 우릴 잠시 아프리카로 데려다놓았지만, 우린 서둘러 그 ‘검은 대륙’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서구를 가운데 놓고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지형에서, 리처드 J. 리드의 (이석호 옮김, 삼천리 펴냄)는 반가운 책이다.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제국의 침략과 내부의 반목 속에서 현대 아프리카의 오늘이 형성된 과정을 하나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이 책은, 시계열적인 서술과 함께 현대 아프리카를 이해할 핵심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덧붙여 세계사의 보편성 속에 아프리카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세네갈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대륙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자연환경 속에 독특한 역사를 이룩해왔다. 지중해와 대서양, 인도양으로 내달리는 거대한 나일강과 콩고강, 나이저강, 잠베지강은 저마다 다채로운 문화권을 만들어낸 젖줄이었다.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양대 ‘문명’이 들어와 섞이고 다투면서 명멸했다. 장거리 교역과 해외무역 확대는 아프리카 사회와 정치 조직에도 본질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해외 무역과 지구적 수준의 상업 팽창은 한 사회의 위아래를 동시에 출렁이게 만드는 사회적 유동성과 결합하면서 정치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했던 것이다.
아프리카 현대사를 따라가다보면 줄루의 샤카나 부간다의 무테사를 비롯한 왕국의 지배자는 물론 은크루마, 니에레레, 상고르, 나세르, 만델라 같은 수많은 아프리카 위인들이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리빙스턴, 스탠리, 루가드, 로즈에 이르는 탐험가, 선교사, 사업가에서 처칠, 드골, 스탈린, 무솔리니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세계사의 거물들도 나온다.
최근 연구 성과는 물론 세계 역사학계의 관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문명 교류와 이주, 인종과 인구,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이 책은, 상세한 지도와 그림, 사진을 곁들여 대륙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결국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는, 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넘는 일임과 동시에 동정 아닌 연대로 그들을 대할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불교계, ‘윤석열 방어권’ 원명 스님에 “참담하고 부끄럽다”
[단독] “윤석열, 체포 저지 위해 무력사용 검토 지시”
‘군인연금 월500’ 김용현, 체포 직전 퇴직급여 신청…일반퇴직 표기
경호처 직원 ‘전과자’ 내모는 윤석열…우원식 “스스로 걸어나오라”
나훈아, ‘왼쪽 발언’ 비판에 “어른이 얘기하는데 XX들 하고 있어”
임성근 “채 상병 모친의 분노는 박정훈 대령 말을 진실로 믿은 탓”
영장 재집행 않고 주말 보내는 공수처…‘경호처 무력화’ 어떻게
대통령 관저 앞 집회서 커터칼 휘두른 50대 남성 체포
최수종 등 연예인 35명 ‘이명박 지지’ 선언
판사 출신 변호사 “경호처 직원 무료변론…불법적 지시 거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