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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로 먹고사는 언론인이나 비평가에게, ‘우상파괴자’(Idol Smasher)라는 호칭은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불의한 것을 지적하고 거짓말을 까발리는 일, 의심스러운 것을 짚어내고 부족한 것을 고발하는 일 등은 결국 다종다양한 우상들과 맞서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우상을 끝내 깨뜨려버리는 정도까지 나아갔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 땅에선 고 리영희 선생이 우상파괴자가 어떤 존재인지 당신의 삶 전체를 통해 드러낸 바 있다.
영국 출신의 비평가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의 별명 역시 우상파괴자다. 신문·잡지·방송 등을 전천후로 휩쓰는 대중적 지식인이던 그는 해박한 지식과 냉철한 사고, 유머가 담긴 독설로 무장한 채 온갖 우상들에게 딴죽을 걸었다. 냉전시대 미국 정계의 거물 헨리 키신저, 인도주의의 대명사인 마더 테레사, 교황청을 비롯한 온 세계의 종교, 그리고 신 그 자체 등이 히친스가 도전한 주요 우상들이다. 특히 는 저작은 리처드 도킨스의 과 함께 현대 무신론의 필수 저작으로 꼽히며 우상파괴자로서의 확고한 명성을 그에게 가져다줬다.
히친스가 생전에 펴낸 마지막 선집인 (ARGUABLY) 전체 6부 가운데 서평이 담긴 2부만을 추린 (알마 펴냄)은 우상파괴자의 지적 작업을 좀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같은 영미권의 유명 매체들에도 실린 서평 38편이 담겼다. ‘책에 대한 글’이라는 규격의 제약 때문에, 하나의 우상을 치열하게 공격해대는 히친스의 본격적인 모습을 여기서 찾긴 어렵다. 대신 그가 평소 무엇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디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등 우상파괴자의 폭넓은 ‘배경’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대개 우상파괴자는 ‘저널리스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전기부터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장르문학 시리즈, 조지 오웰의 같은 고전, 이란의 소설과 시를 모은 선집에 이르기까지 지은이가 다루는 책의 영역은 드넓고도 잡다하다. 그러나 지은이가 가진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은, 이 모든 것을 폭넓게 끌어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생각을 찾아내게 만든다.
지은이 스스로도 이 점을 의식적으로 드러낸다. 카를 마르크스가 언론인으로서 에 써서 보낸 영문 기사들을 묶은 책 에 대한 서평은 ‘기자 같다’는 말에 대한 자신의 오래된 생각에서 시작한다. ‘기자’라는 말이 자칫 하찮고 덧없는 것으로 취급당하기 쉬운데, 지은이 본인은 “에밀 졸라도, 찰스 디킨스도, 토머스 페인도 기자였다. 조지 오웰은? 최고의 기자였다”고 중얼거리곤 했다고 한다. 기자로 일하며 미국 남북전쟁의 의미와 추이를 비롯해 국제관계의 전모를 정확히 꿰뚫어봤던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역사상 유일한 기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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