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가장 쇼킹한 만화 도입부는 일본 작품 다. 자기를 살려준 의사를 도우려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천사 같은 모습의 어린아이 요한. 결국 그 의사로 하여금, 내가 아이를 살려준 게 과연 잘한 일일까, 그냥 죽게 놔두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아이. 고아원에서 혹독한 학대를 받으며 독재자·살인기계로 훈련받아온 이력과 그 전에 엄마에게 버려졌던 기억이 어린 요한을 악마로 키워냈다는 것이 이후에 밝혀진다.
세대교체가 느렸던 현대미술계에 새 전시장을 열고 도전에 나선 다음 세대 기획자들. ‘커먼센터’의 함영준(왼쪽), ‘시청각’의 현시원 큐레이터.정용일
영화 와 는 유약하고 겁 많은 어린아이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괴물로 변하는 사건의 비극성, 그리고 그때 아이가 필시 스스로 느꼈을 고독과 절망을 짐작하게 한다. 소년 화이가 괴이한 환경에서도 해맑게 자라 학교를 마치고 8명의 아버지들께 효도하며 잘 살았대도 이상하겠지만, 괴물로 변하는 과정도 급작스러워서, 차라리 아이 속에 이미 있던 악을 주변이 일깨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렇다면 그 악의 뿌리는, 혹은 악을 일깨운 촉매는 바로 공포일 것이다. 속으로 너무나 겁이 나서, 하지만 도망도 여의치 않아서, 그것을 어떻게든 견뎌내려다 스스로 악이 돼버렸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서움과 맞닥뜨렸을 때, 그나마 강단 있는 화이는 스스로가 악의 주인이 됐지만, 여리고 약한 알렉스()는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하고 자기 한 몸을 가눌 힘도 없는 풍선인형 같은 인간이 돼버렸고, 랠프는 자신이 당한 그대로의 범죄를 동경하며 ‘코스프레’ 하는 도착적 괴물로 변했다. 녹았다가 한데 뒤엉키며 다시 굳어 분리가 불가능해져 버린 엿가락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젠 수습도 설명도 불가능해진 모습으로 어른이 된 것이다. 그리고 화이와 알렉스와 랠프와 요한이 학대받기 시작한 시기는, 때로 깐죽거리기도 하고 까불어댈 수도 있지만 실은 보호자 없이는 혼자 밥 한 끼 구걸해 먹기도 어려운 나이다. 즉, 여전히 완전한 아기들인 것이다. 이제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에 내몰리는 영화는 보기 힘들다.
저항이 불가능한 괴로움 속에서 포기와 투항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일 때 아이의 몸과 영혼이 어떤 식으로 파괴되는지 생각하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학대 속에서 결국 숨을 거둔,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부음이 들려오는 수많은 현실 속의 아이들에게 눈물로 사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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