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병들거나 혹은 다른 가지와 부딪혀 손상을 입으면 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잘라내는데, 그 잘려나간 자리에 생기는 것이 바로 ‘옹이’다. 인간이 개발한 가지치기 방법은 자연 상태의 식물이 하고 있는 이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은 것이다. 가지치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가지를 잘라주는 위치를 잘 찾아주는 것이다. 잘려나가는 가지의 끝자락이 너무 많이 남게 잘라도 좋지 않고, 또 너무 바짝 잘라주면 본체 줄기에 손상을 가져와 나무 전체가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나무 스스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잘 알고 있는데 바로 본줄기와 잔가지의 연결 부분에 불록하게 띠를 두른 듯 도드라져 있는 부분에서 가지를 끊어낸다. 과학적으로는 이 도드라진 부분에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화학 성분이 만들어져 잘려나간 가지를 감싸며 나무를 치유한다.
옹이가 딱딱해지는 이유는 상처 부위에 더 이상 병충해나 비바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밀봉하듯 외부와 차단시키기 위해 상처 부위를 똘똘 뭉쳐놓기 때문이다. 딱딱한 옹이를 끌어안고 있다는 건 나무에겐 고통이다. 옹이 주변의 나이테가 유난히 뒤틀리고 불규칙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고 불편하지만 이 옹이가 잘 형성됐다는 건 나무가 이제는 완전히 치유됐다는 걸 의미한다.
운동을 그리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등산만큼은 1년에 몇 번씩 잊지 않고 해왔다. 오르고 내려오는 길에 집중하다 잊을 때가 많은데 잠시 쉬는 짬이 생기면 주변에 늘어선 나무를 찬찬히 살펴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성한 데가 별로 없이 온통 상처투성이란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지난해 태풍에 상처를 입어 가지의 반을 잃어버린 나무, 더덕더덕 옹이를 끌어안고 있는 나무, 기울어져 어쩔 수 없이 뒤틀린 나무…. 생각해보면 모든 나무가 저마다의 시련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다.
여름의 한복판, 내게도 해마다 되살아나는 아픈 상처가 있다. 시간이 잘 흘러가주었고, 이제 잘 밀봉돼 딱딱하게 굳어졌다고 생각되는데도 이때가 되면 마음이 다시 먹먹해지고 조금은 아프게 저려오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내 맘에 잘 치유된 옹이라는 것을 잘 안다. 지난해 태풍에 쓰러져 죽은 줄 알았던 나무들도 잔가지를 끊어내고 올해 다시 잘 살아주듯이 우리 삶도 그러하지 않으려나. 찬바람이 불어오면 가족과 함께 가을 산행 한번 해보련다.
오경아 작가·가든디자이너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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