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포위스 가든’의 주목 울타리(왼쪽 키큰 울타리). 오경아 제공
늘 푸른 상록의 주목
반복적으로 잘라도 끄떡없이 잘 자라다니, 그 능력이 신비하다. 여기 에 재미난 진실이 숨어 있다. 주목은 잎과 열매에 독성이 가득하다. 이 독은 사람이나 동식물이 먹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 특히 사람에 의해 잘 잘리는 아랫부분의 잎이 독성이 가장 강하 고, 동물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윗부분의 잎은 상대 적으로 약하다. 이유가 뭘까?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 이 가능하다. 나무도 생각이 있어 손이 많이 타는 낮 은 부위에 독을 더 많이 품어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 라고 볼 수 있다. 잎이 잘려나간 뒤 상처 회복을 위해 수액을 뿜어내는데 이 수액의 성분에 독이 있다고 하니 자신에게는 상처 회복을 위한 치유제일 수도 있다.
주목의 음독 사고는 종종 있다. 영국에서도 기생충에 특효라는 속설 을 믿고 아이 엄마가 세 자녀와 함께 주목의 잎을 먹어 전 가족이 죽 음에 이른 경우가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이미 잘 알려진 식용식물 이 아닌 것을 먹을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목으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러나 양·말·소와 같이 풀을 먹는 초식동 물이 주목 잎을 잘못 먹어 죽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여기에서 우리 가 알아야 진실이 하나 더 있다. 독성이 가득한 주목 잎에서 추출한 성분이 유방암을 치료하는 항암제가 된다는 점이다.
한때 영국에서는 주목 잎의 독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 나무를 어린 이 놀이터에는 심지 말자는 법안을 만들려다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다. 특정 나무가 위험하니 심지 말자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된다면 지구에는 땅에 심을 수 있는 식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식물 이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혹은 많은 이유에 의해 독을 품곤 한다. 문 제는 독성분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나이가 들면 세상살이가 녹록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참 아니다! 매 일 싸우고 부딪치고 맘 상하고, 그리고 본의 아니게 독기를 품는 나 날이다. 몸 안에 나가지 않고 쌓이는 이 독들이 언젠가 가득 차서 내 몸을 먼저 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본다. 독을 독으로 쓰지 않고 약으로 쓸 방법은 없을까? 진정한 치유는 내 안의 독을 약으로 바꾸는 일로부터 시작되는지 모른다.
오경아 작가·가든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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