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히스로공항의 입국수속대. 다른 때 같으면 왜 왔냐, 언제 갈 것이냐, 묵을 숙소 이름은 무엇이냐 등 낯선 외국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잔뜩 긴장감과 위화감을 주곤 하는데 5월은 좀 다르다. ‘가든투어’ 혹은 ‘첼시플라워쇼’라는 단어만 살짝 섞어줘 도 입국수속 직원의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5월! 영국은 나라 전체 가 정원 축제로 들썩거린다. 그중 5월 셋쨋주에 닷새 일정으로 열리 는 첼시플라워쇼 기간에는 런던 시내의 호텔과 관광버스가 동이 난 다. 15만7천 장을 발매하는 표는 이미 석 달 전에 모두 매진돼 10만원 이 넘는, 그러잖아도 비싼 입장권이 현장에선 2배 넘는 가격에 암표 로 거래된다. 대체 플라워쇼가 뭐길래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이런 진풍경이 일어날까?
첼시플라워쇼는 올해로 그 역사가 꼭 100년이다. 물론 그 첫 시작은 식물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재배종의 식물을 소개하는 작은 쇼였지만 1900년대를 지나면서 ‘가든디자인쇼’로 발전됐고, 그 장소를 지금의 첼시 지역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많은 사 람들이 쇼의 성공 사례를 자신 의 나라에서도 입증하려고 애 써왔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고 어떤 작품이 전시되는지,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 지, 대부분 쇼 자체의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첼시플라 워쇼를 모방한 다른 나라의 쇼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첼시플 라워쇼의 개막은 늘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 수장인 여왕의 방문(사진) 으로 시작된다. 여왕은 집권 이후 첼시플라워쇼의 개막식 참가를 잊 은 적이 없다. 영국 공영방송
첼시플라워쇼가 영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행사가 될 수 있는 것 은 그 밑에 두터운 정원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정원 일구 는 일을 삶의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새로운 정원 용품과 재배종 식 물의 등장에 열광하고, 정원과 원예 관련 책을 읽으며 지식을 넓히는 데 열정적이다. 우리로서는 신기하고 그저 놀랍기만 한 정원문화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꽃박람회’ ‘정원쇼’가 우후죽순처 럼 번진다. 반가운 일이지만 문화 없이는 단순한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정원가꾸기는 취미가 아니라 문화고, 그 문화는 우리 삶 속에 뿌리를 둬야만 지속될 수 있다. 한 뼘의 땅이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 니라 작은 화분 하나에라도 식물을 담아보는 마음에서 문화가 시작 되지 않을까?!
오경아 작가·가든디자이너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경찰, 강선우 ‘공직 대가 후원금 의혹’ 무혐의…“알선 대가 인정 어려워”

발달장애인 1500원 메로나 ‘특수절도’ 송치한 경찰…“조사 원칙 어겼다”

법원, 내일 오세훈 시장직 걸린 ‘여론조사비 대납’ 1심 중계 허가

2자녀 이상 가구, 주말·휴일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받는다

울먹이며 “의원 끌어내” 폭로한 김현태…법정서 “계엄은 합법”

이 대통령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 통합 저해 주범…공급 속도 낼 것”

AI 뛰어넘은 ‘인류 대표’ 신진서 “나도 모르는 길로 갔다”

“아빠, 아빠… 계곡에 가라앉은 가족 찾는 목소리” 기억하는 소방관의 당부

월드컵 트로피 한입 냠~ 야말 4살 동생, 전 세계 홀린 ‘우승 요정’

기초연금 지급 기준 바뀐다는데…대거 수급 탈락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