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빨강보다는 분홍에 어울릴 책 같다. 하지만 책 내용은 그렇게 말랑말랑한 것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하버드대 생물학과 겸 수학과 교수인 마틴 노왁과 과학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로저 하이필드가 함께 쓴 (Super Cooperators·사이언스북스 펴냄). 주요 저자는 마틴 노왁이다. 그는 얼마 전 SBS가 개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에도 참가해 폐막 강연을 했다. 이번 ‘SDF 2013’의 슬로건이 ‘초협력-내일을 위한 솔루션’인 것은 이 책의 성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많은 영감을 주는 이 책은,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단세포에서부터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에 이르는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생명은, 변이·선택·경쟁·이전투구·약육강식·승자독식이라는, 기존 진화론의 핵심으로 여겨져온 ‘무자비한 자연선택’의 과정만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인류가 누리는 높은 수준의 협력, 비록 그 과정에 개인들 간에는 더 많은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엄청난 경쟁이 있다 하더라도, 한 국가나 인류 전체가 성취한 높은 수준의 조직사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
인간만이 아니다. 예컨대 개미처럼 높은 수준의 조직을 이루고 있는 종을 보면 개별 개미들이 자신만을 위한 무제한적 투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고도의 분업사회를 만들어냈고, 또한 이것을 수천만 년 동안 발전시켜왔다. 저자들은 생명과 사회의 진화에는 기존의 변이·선택·경쟁 같은 요소만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결정적인 제3의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것은 아메바 수준에서도 관찰되는데, 개별 아메바는 평소엔 개별적으로 먹이를 섭취하다가 사정이 나빠지면 다세포 유기체를 형성하기 위해 뭉친다. 이때 일부 세포가 자신을 희생해 유기체를 위해 포자를 방출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 또한 수십억 년 전 한 종류의 박테리아가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에 침입했는데, 오히려 이 과정에서 협력과 공생이 발생해 좀더 고등한 생명체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몸 세포 안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며 독립된 DNA까지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다. 반면 저자들은 세포 간의 협력이 파괴될 때 암이라는 질병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짧은 지면에 소개하기 힘든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사실 중간 부분은 일반 독자가 소화하기엔 꽤 어렵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등 익숙한 사례를 통해 협력이 가능해지는 조건, 그리고 인류가 지금 이 순간 공동의 해결 과제 앞에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장점도 있다. 결국 원래 이기적인 생명인 우리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협력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도덕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협력’ 그 자체가 오늘날 우리를 만들어낸 위대한 힘이라는 걸 다시 깨닫고 우리의 본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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