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이 낳은 더 알찬 열매요즘 가을걷이가 한창인 시골 마당은 곡물과 열매를 말리는 일로 발 딛고 다닐 틈이 없을 정도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우리 민족은 집 안에 그 흔한 정원조차 만들지 않고 빈 공간인 ‘마당’을 만들었을까. 그간 나는 운 좋게도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2013-09-28 15:25
인간 위해서 꽃은 피지 않는다정원에서 나비 애벌레를 만났다. ‘헉’ 놀라 순간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본다. 잘 먹어서인지 제법 통통하고 줄무늬가 선명해서 나중에 멋진 나비가 될 듯싶다. 정원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생명체가 식물과 함께 더불어 산다. 얼핏 ...2013-09-06 15:58
잔가지 끊어내고 잘 살 듯이가지가 병들거나 혹은 다른 가지와 부딪혀 손상을 입으면 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잘라내는데, 그 잘려나간 자리에 생기는 것이 바로 ‘옹이’다. 인간이 개발한 가지치기 방법은 자연 상태의 식물이 하고 있는 이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은 것이다. 가지치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2013-08-21 13:55
식물을 잘 죽이는 손이 있는 걸까지인이 일구고 있는 텃밭의 오이·가지·고추가 더위 속에도 탐스럽 다. 주인의 허락하에 열매를 따는데 왠지 마음은 남의 수확물을 강 제로 탐이라도 하듯 움찔거린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나. 근처에 묶여 있던 지인이 키우는 개들이 나를 발견하고 불안하게 짖어댄다. 안 그...2013-08-10 11:44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뤄진 삶광명역을 출발할 때는 비가 왔다. 기차는 남도 여수를 향해 달린다. 대 전을 지나자 땡볕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가 참 크다. 장맛비 속에 서 있는 나무나 땡볕 속의 나무나 힘들어 보이긴 마찬가지다. 여름은 식물에게도 고통의 시간이다. 날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극 성...2013-07-24 13:33
갈등을 줄이며 사는 유기농 삶요즘 도시인들은 신발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내 집에서 먹을거리를 해결하던 전통은 사라진 지 오 래고, 대신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한 아름 사온다. 이런 편리함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맛이 ...2013-06-27 16:23
정원이 우리에게 천천히 가자 한다영국의 스타워헤드 정원을 걷는다. 500년 역사의 정원은 돌화분에 얹힌 이끼가 말해주듯 깊게 묵었다. 1714년, 은행업을 통해 신흥 부 유층으로 자리잡은 헨리 호어는 런던 인근 시골에 땅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2013-06-15 09:05
중요한 건 ‘쇼’가 아니라 ‘문화’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히스로공항의 입국수속대. 다른 때 같으면 왜 왔냐, 언제 갈 것이냐, 묵을 숙소 이름은 무엇이냐 등 낯선 외국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잔뜩 긴장감과 위화감을 주곤 하는데 5월은 좀 다르다. ‘가든투어’ 혹은 ‘첼시플라워쇼’라는 단어만 살짝 섞어...2013-06-01 20:33
걷어내고 잘라야 할 욕심“아, 아프겠다….” 잘 알고 있는데도 봄철 심하게 가지치기된 가로수 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가지치기는 식물의 일부 가지나 잎눈, 꽃눈을 잘라주는 것으로 그 방법과 시기 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식물 자체를 자연 상태...2013-05-20 09:38
페르시아 정원 모습 담긴 카펫의 비밀“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석류꽃 아래 촛불과 술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상관 있겠어요.” 내가 사용하는 한 인터넷 블로그의 대문에 페르시아의 위대한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잘랄라딘 무하마드...2013-05-05 14:50
너무 애쓰며 힘겨워하지 말라2013년 봄, 남도에서 열리는 정원행사 때문에 유난히 장거리 여행이 많다. 작은딸이 종종 동행한다. 8년간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의 대학생이 된 딸은 요즘 좌충우돌이다. 즐겁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 고, 친근하기도 하지만 아주 낯선 혼동의 시간인 듯싶다. 오랜만에...2013-04-19 17:48
매화가 말을 걸 때섬진강을 오른쪽에 두고 차는 전남 광양에서 구례를 향해 달린다. 순간 왼쪽에서 ‘와! 와!’ 흰 꽃이 아우성을 치며 차창으로 쏟아진다.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매화다! 꽃구경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 고 나선 길이 아니다. 남도에 일이 있어 가던 길에 만난 우연한 ...2013-04-07 16:01
독을 약으로 쓸 수 있다면늘 푸른 상록의 주목 이 있다. 주목은 겨울의 습기를 좋아 한다. 우리나라보다는 우기가 겨울에 찾아오는 영국에서 아주 잘 자 란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담장을 대신하는 생울타리로 주목을 많이 심은 탓에, 주목의 별명이 ‘킹 오브 헤지’(King of hedge·울타 ...2013-03-23 07:10